신앙과 학문의 통합
로버트 A. 해리스 | 예영 | 408쪽
학문은 언젠가부터 '신앙'의 반대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물리·생물 교과서에는 진화론이 '정설(定說)'처럼 등장하고, 사회·역사 수업에서도 인류의 기원을 '원숭이'라고 가르친다. 크리스천 중·고등학생들은 KBS TV '도전! 골든벨' 표현을 빌면 시험지 앞에서 '성적이 남느냐, 신앙이 남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신앙'은 고집이나 숨겨야 할 무엇처럼 여겨지고, 애타는 기도에도 하나님은 사태에 개입하지 않으신다.
<신앙과 학문의 통합(예영)>을 쓴 저자 로버트 A. 해리스는 이러한 가운데 "기독교적 지식과 고등교육 속에서 얻게 될 지식들을 통합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이념들의 배경과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저자는 신앙과 학문이 통합될 수 있고, 이 둘이 삶에서 분리되거나 독립된 영역으로 간주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식으로서 나타난 것들 중 많은 부분들도 '신뢰와 권위에 기초한 확신'으로 묘사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믿음(신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 이와 비슷하게 학자들이 단순히 '믿음'이라 평가 절하하는 것들도 적지 않게 '지식'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둘은 통합이 가능하고, 기독 학자들에게 이는 필수적이며, 안정되고 일관적인 세계관을 위해 필수적이다.
"신앙과 학문은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해야 한다. 신앙은 때때로 학문에 같이 결합된 이데올로기들로부터 지성은 자유롭게 하고 진리를 분별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초와 방법을 제공한다. 학문은 하나님의 세상, 사역, 사람 뿐 아니라 당신이 아들을 보내 구원하길 원하신 창조물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받은 그리스도인은 통일되고 논리정연하며 신실한 지식의 힘을 가진 세상의 강력한 증인이 될 수 있다."
대학을 설립한 이들은 그리스도인이지만, 19세기 경험주의와 철학적 물질주의가 대두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교회의 권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과 권력을 쟁취했다. 진화론은 그 일등공신이지만, 이조차 불가지론적이나 무신론적 실재관을 지지하는 일종의 '창조 신화'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반면 신앙인들은 리처드 도킨스처럼 일부 학자들이 과학을 절대시하려는 '과학주의'를 마치 과학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것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저자는 이 통합이 '신앙과 학문의 모든 면들을 통일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앙은 학문에, 학문은 신앙에 각각 정보를 주는 쌍방향 소통이 돼야 한다. 그 결과는 하나님의 총체적 진리의 일부분으로 모든 주제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자연계시와 특별계시의 통일성을 볼 수 있게 한다.
이 통합은 전체적으로 학문 분야에 신앙을 갖고 오는 '수동적 과정'이 아니라, 학문 분야 자체를 형성하거나 최소한 기독교적 관점에서 학문 분야의 학습-새로운 지식과 해석들을 생성하는-을 추구하는 '능동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기독 학문은 기독교적 원리에 의해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가령 경제학에서는 정의와 청지기직, 소유권, 일, 놀이에 대한 성경적 사상들을 참고할 수 있다.
이로써 기독교 지식은 학문적 지식을 확증·보완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학문적 지식도 기독교 지식을 확증·보완하며 기독교 지식에 도전한다.
이는 순진한 생각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이념들과 지식, 주장들을 현재 가진 지식들과 통합하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지지 대신 조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학문 분야는 문화나 정치 못지 않게, 우리의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잃어버린 영역'이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함께' 나서서 신앙과 지성 사이의 연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 대답할 것을 (온유와 두려움으로) 항상 예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