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교회로 출근하는 '사장님'이 계시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교회가 내 집 같고 교회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란다.
주인공은 비지니스 이름을 보고 당장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한 '킹덤 매인테넌스'의 전계영 안수집사(새생명교회)다. 이날 인터뷰 역시 새생명교회 사무실에서 가졌다.
새생명교회의 도라빌 초창기 시절부터 몇 년 전 소천한 고(古) 문명길 목사의 부임 첫날부터 마지막 날을 지켰고, 현재 유영익 담임 목사와도 손발이 잘 맞아 여전히 스와니 성전을 지키고 있는 전계영 집사는 "제가 죽었을 때 '새생명교회 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는 게 소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스물 한 살, 한창 혈기 왕성할 때 가족초청으로 미국땅을 밟았어요. 누가 공항에 픽업 오는지에 따라 직업이 결정된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그때 절 마중 나온 분이 청소일을 하셔서 그 다음 날부터 빌딩청소를 시작했죠. 한 4-5년 일을 배우고, 제게 일을 가르쳐주신 분이 영주권이 없어서 쫓겨나다시피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저에게 사업체를 물려 주셨어요.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20년 세월이네요."
청소업체 사장이 됐을 때가 25살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했던 전계영 집사는 아내를 만나면서 비로소 제대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신혼 초, 아내와 둘이 오후 4시에 일을 나가 다음 날 새벽 5시에 녹초가 돼서 돌아올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수중에 단돈 100불이 없을 정도로 삶은 팍팍했다. 그때 아내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함께 새벽기도를 하자'고 전계영 집사의 손을 이끌었다.
"가장 밑바닥일 그때 아내와 함께 일이 끝나면 곧장 교회로 와서 새벽기도를 했어요. 간혹 새벽 2-3시쯤 일찍 끝나는 날엔 교회 주차장에서 한 숨 자고, 목사님이 창문 두드리시는 소리에 깨서 예배를 드렸죠. 그 생활을 딱 일년 하고 정말 기적처럼 애틀랜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관리를 맡게 됐어요. 당시 스물 여섯, 젊은 사장인 제가 그 건물을 관리한다는 건 하나님 말고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죠."
새벽제단을 기초로 삼아 '성공'이라는 집의 벽돌을 하나 하나 쌓아 갈 즈음 다시 한번 어려움이 닥쳤다. 경기 침체의 파도에 전계영 집사의 사업체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생활이 힘든 사역자들이 일을 하면서 충전할 수 있는 미션센터를 만들어 투자했다가 '보기 좋게' 망했다. 계획도 좋았고, 방법도 좋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그 일에 대해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그대로 사업이 잘돼 돈을 잘 벌었다면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고난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으로 남았다.
"가끔 '아직도 청소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전 제 인생에 가장 좋은 직업을 '청소일'이라고 생각해요. 청소일 하는 것이 물론 고된 일이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평일 낮에 교회 나와서 일할 수 있고, 심방 가시면 따라 가고, 목사님하고 점심도 먹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이런 일이 또 없잖아요. 지금도 청년들에게 고난의 과정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요. 그건 과거일 뿐이고 그 고난의 과정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니까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으로 삼으면 됩니다."
전계영 집사는 재기를 노린다. 재기하고자 하는 목적이 젊을 때는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어려운 이들을 마음껏 돕기 위해'로 달라졌기에 하나님께서 다시 기회를 주시리라 믿는다. 젊은 시절처럼 하진 못하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한 인생을 통해 얻은 기술과 경험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버지와 남편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다.
얼마 전 큰 아들과 밤새 건물을 청소하면서 새벽녘 아들이 힘들어 하는 아버지를 보고 "할 수만 있다면 아버지랑 다리를 바꾸고 싶다"고 던진 한 마디가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외향적인 성격에 활동적인 스포츠와 레저를 즐겼던 전계영 집사는 가족들과 '가끔' 마주치는 사이였다. 그나마 가끔 집에 있을 때는 아이들을 다그치기빴다던 그는 남들에게는 '사람 좋고 잘 노는 친구' 였을지 모르지만 집에서는 '빵점'이었다. 평일은 일 때문에 오후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고,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기 좋아하던 그가 180도 바뀐 계기가 바로 '아버지 학교'다.
"아버지 학교를 통해 성경적인 아버지의 역할, 존경 받는 남편의 자리를 알게 됐어요. 당시 5-6살이던 큰 아들과 관계가 힘들었죠. 그런데 아버지 학교를 통해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가기 바쁘던 제가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지금도 아버지 학교 일이라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는 일꾼이된 그는 오는 가을 제일장로교회 본성전에서 열리는 15기 아버지 학교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계영 집사는 "인생의 끝에 사람들에게 '교회를 위해 헌신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소망합니다. 혹시 제가 혈기왕성했던 젊을 시절, 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처 받거나 서운하셨던 분들은 용서해주세요(웃음)"라고 덧붙였다.
전계영 집사가 운영하는 '킹덤 매인테넌스'는 각종 빌딩관리를 전문으로 하며 하나님의 나라(킹덤)을 관리하는 청지기 같은 자세로 일한다고 소개했다. 문의는 770-714-7517 혹은 www.kingdommaintenance.com에 자세한 소개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