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종교간 대화 심포지움’이 진행되고 있다.
NCCK ‘종교간 대화 심포지움’이 진행되고 있다.

'종교간 대화'는 기독교 보수·진보 진영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주제다. 진보 진영이 타종교와의 적극적 대화 및 연대를 추구하는 반면, 보수 기독교는 이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고 대개는 부정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양 진영의 신학자들이 이를 두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간 대화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보수 신학자가 발제하고 진보 신학자가에 이에 논평하는 식이었다. 먼저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가 '한국 보수 기독교가 생각하는 종교간 대화'를 제목으로 보수 기독교가 왜 종교간 대화를 멀리하는지를 대변했다.

"보수 기독교에 종교간 대화는 거의 불가능"

김동춘 교수
김동춘 교수

김 교수는 "종교간 대화 문제는 보수 기독교에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예민한 주제다. 정서상 금기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보수 기독교에게 종교간 대화란 근본적인 전제상 거의 불가능한 문제라 할 수 있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보수 기독교의 신학적 사고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 중 하나가 바로 기독교는 절대 진리이며 유일한 구원종교라는 것인데, 이것은 대화와 토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명료한 진리로 거의 교의나 규범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며 "보수 기독교가 이미 기독교의 절대성과 타종교의 비진리성을 전제한 상황에서 그 어떤 대화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수 교회에게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오직 예수'의 종교다. 보수적이든 덜 보수적이든, 적어도 복음주의적 개신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구원의 진리만이 유일한 구원의 방편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들에게 다른 복음이나 다른 종교는 없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요, 유일한 복음이요, 하나님게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전제 앞에서 종교간 대화는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수 기독교가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타종교에 강압적 모습을 보이거나 독선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할 일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종교간 대화의 문제는 종교간 평화를 위해, 그리고 타종교 안에서의 기독교 선교를 위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보수 기독교의 타종교에 대한 우월주의나 정복주의적 태도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기독교 복음을 불신자와 타종교인에게 전파하는 행위마저 비난받을 수는 없다"며 "종교다원주의가 종교간 배려와 존중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추구하는 선교적 사명과 기독교적 진리에 대한 정체성을 포기하는, 소위 해체의 과정으로 흐른다면, 예민한 주의가 요청된다"고 결론내렸다.

"믿음의 눈만이 아니라 의심의 눈도 필요"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김 교수의 발제에 논평한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발제자(김동춘 교수)는 종교간 대화를 난제로 여길 수밖에 없는 보수 신학의 논거를 기독교의 절대성과 타종교의 비진리성에서 보았다. 이는 보수 신학의 전제적 진리로서 멀리는 성서문자주의로부터, 가까이는 교조적 칼빈주의에 근거를 둔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보수 신학의 명제적 진리가 성서적이기보다 오히려 근대 서구의 동일성 철학의 산물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독교 절대성에 대한 보수 신학의 주장은 자연스레 이웃 종교의 비진리성, 즉 배타적 구원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도식은 성서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근대 서구의 인식틀일 뿐"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를 '어머니'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종교란 믿는 당사자들에겐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아무리 못났어도 어머니는 자신에게 최고의 존재인 것"이라며 "하지만 여기에도 단계가 있다. 어린 시절엔 어머니에게 절대 의존하지만, 사춘기를 겪으며 다른 어머니와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어머니를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다 더 나이가 들면 그 어머니가 다시 소중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기독교가 자신의 명제적 진리만을 고집한다면 사춘기 이전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세상에 비칠 수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자기 종교를 의당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믿음의 눈만이 아니라 의심의 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발제자(김동춘 교수)는 종교간 대화가 종교혼합주의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미 성서신학자 R. 불트만이 밝혔듯 원시기독교는 본래 종교혼합주의적 현상이었다"며 "그는 구약성서, 유대교, 스토아철학, 영지주의, 그리고 밀의 종교들이 바로 신약성서 속에 산재되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독교 정체성은 상실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혼합적 개방 과정 속에서 더욱 분명해졌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WEA, 타종교와 평화로운 공존 속에서의 선교 지향

두번째 발제는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트신학대학원 실천신학)가 'WEA(세계복음연맹)를 중심으로 본 복음주의권 종교간 대화의 정책과 기준'을 제목으로 전했고 김은규 교수(성공회대학교)가 여기에 논평했다.

김선일 교수는 "전통적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WEA는 기독교 우월주의적 자세에서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타종교와 평화로운 공존 가운데서의 선교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는 21세기 글로벌 다원주의상황에서 타문화와 타종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밖에 없는 외부적 환경에 부응하는 대처이기도 하지만 또한 전 세계 개신교인들의 종교적 자유에 민감하게 대응했던 WEA의 전통적·정책적 일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WEA나 로잔, 그리고 범복음주의권의 선교적 인식은 종교간 정책과 대화에 있어서 정의와 자유, 그리고 평화라는 원칙 아래서 발전적 모색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이는 기독교의 종교적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서, 타종교의 자유 또한 존중해줘야 하는 성경적 '황금률'의 원칙에 부합되는 방향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논평한 김은규 교수는 "종교간 대화를 구원의 차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종교간 이해로 열린 마음으로 볼 것인가. 만약 전자의 입장이라면, 종교간 대화를 수단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내 종교의 교세를 확장시키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같은 종교간 대화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