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목사가 마닐라 남부 라구나시의 비피안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귀가하던 중 실종, 군인들에 의해 체포되어 판탈레온 가르시아 기지에 구금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지난 5일자 매일선교소식지는 전했다.

카비테 경찰의 고위 책임자인 피델 포사다스는 베를린 구에레로 목사로 밝혀진 이 목사를 납치한 사람은 군인이며, 체포된 직후 줄곧 판탈레온 가르시아 기지 내의 정보과 소속 경찰에 의해 연금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구에레로 목사의 연금은 불법 연금이 아니며 비피안 지역 법원으로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기 때문에 합법적인 구속'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부과된 혐의는 1991년에 소요사태를 주도했다는 것과, 1993년에 살인을 했다는 것. 그가 과연 소요사태와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의문이지만, 왜 16년, 14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갑자기 그를 체포하는가 하는 점과, 그동안은 왜 그를 체포하거나 수사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구에레로 목사와 그의 부인, 그리고 세 자녀들은 사건 당일에 예배에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도던 중 백색 밴에 탑승한 두 명의 괴한에 의해 오후 5시 30분에 납치됐다. 또 다른 목격자들은 그를 납치한 사람이 3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괴한들은 그를 밴 안으로 밀어 넣고 권총으로 그의 뒤통수를 때려 제압한 후 어디론가 떠났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구에렐로 목사가 납치되기 전인 지난 3월 29일에는 그의 동료 목사인 칼로이 델라 크루즈 목사가 바랑가이 팔라팔라에 있는 필리핀 크리스천대학교 내의 신학대학 건물 앞에서 또 다른 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가 다음날 풀려난 적이 있었다.

당시 괴한들은 그가 구에레로 목사인 줄 알고 납치했다가 다른 사람인 것을 알고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구에레로 목사는 남부타우숙주의 Bagong Alyansang Makabayan(Bayan)이라는 사회운동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데 그것이 그의 체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에렐로가 속해 있는 교단인 필리핀연합그리스도의 교회 측은 '당국이 빈민운동 등의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무장반군과의 관련성을 조작하여 당국에 비판적인 사회운동가들과 반군들을 한꺼번에 묶어 소탕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의 반군토벌 과정에서 수 천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언론인들과 인권운동가들도 구금되거나 살해 당했다.

이러한 와중에 목사들도 자주 희생되는 이유는 개신교회를 바라보는 정부 당국의 입장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입수된 필리핀군 내부 문서는 복음적인 활동을 벌이는 개신교회를 '좌익운동단체'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현 대통령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필리핀연합그리스도의 교회 소속 목사들과 평신도 사역자들만 30명 이상 살해 당했다고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