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초기부터 본질을 잃지 않고 선교에 올인하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꿈이자 목표였다. 터를 닦은 지 딱 3년이 지났을 때, 당초 약속대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중국과 태국, 캄보디아, 터키, 인도, 파키스탄 등 죄다 선교하기 어려운 지역으로만 골라서 말이다. 토랜스선한목자장로교회 김현수 목사 얘기다.
전형적인 이민가정에서 성장한 1.5세인 김 목사는, 우직하리만치 '선교 제일주의'를 고집한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 출신인지라 복음주의적인 성향이 짙다. 교회의 사명은 모름지기 '선교'에 있다는 전제 하에 교회 한달 예산의 3분의 1을 떼내어 선교에 투자한다. 개척할 때서부터 그리 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텐데, 그는 "비전을 세우고 밀어붙이니 되더라"면서 나름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답변을 내놓는다.
1세와 2세 사이에 '낀 세대'로서 그는 늘, 어떻게 하면 브릿지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교회 내 세대간 화합은 이미 슬로건이 된 지 오래됐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않은 1세들의 시각이 "2세는 뭘 모른다"에 국한돼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2세, 3세들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중간자적 입장에서 바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나름의 목회 철학을 갖게 되기까지 그도 교육목사와 영어목회(EM)를 거쳐왔다.
현재 토랜스선한목자장로교회는 2세만 해도 350명 정도로 중대형교회에 속하는 규모이지만, 외국교회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셋방살이 신세다. 명색이 11년 된 교회인데 아직 번듯한 자기 건물 하나 없다는 게 서러울 법도 하지만, 되려 교인들은 '선교'라는 키(Key)로 똘똘 뭉쳐 오로지 영혼 구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표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건축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선교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제 조금씩 건축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여타 1세 목회자에 비해 2세에 대한 공감도가 높은 그가 보는 1세와 2세(EM) 목회 포인트란 이렇다. EM는 아직 1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엔 역량이 부족하고, 1세 또한 2세 없이는 나홀로 존립하기가 어려운 게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 그러니 결론적으로 1세가 2세를 잘 끌어줄 수 있도록 목회하는 것이 중요할 밖에.
"2세 독립이요? 글쎄요. 제가 볼 땐 3세나 가서는 독립할 지는 몰라도 2세에선 서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1세와 2세가 함께 가야하는 거죠. 이를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화해하는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구요."
처음 1년은 기도하면서 1세 목회를 개척했고, 동시에 EM 양성을 위해 3년간 직접 발로 뛰며 도왔다. 개척 초기라 엄청 바빴지만, 이민교회 내 트라우마처럼 존재하는 아픔을 치유하고 보듬는 사역을 위해, 1세와 2세가 한 지붕 아래 공존하는 교회로 세우기 위해선 그게 최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선교가 제일'이라고 누누히 외치는 이유는, 여기 또 하나 있다. 교회의 존립 목적이기 바로 '그것'에 있기 때문이기도 할테지만, 2세 교육을 위해서도 선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교회 안에서 자라나는 2세들이 '아, 우리교회가 정말 세계를 품는 교회구나' 하는 인식을 갖고 자라날 수 있도록 제3 세계도 보여주면서 선교 마인드를 심어주고자 하는 거죠. 미국사회 내에서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간에, 선교에 대한 비전이 있는 자와 없는 자는 정말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 탓인지 2세 사역 서포트 차원에서 EM 사역자에 대한 대우 또한 남다르다. 토랜스선한목자장로교회는 교인수 1백명이었을 때에도 교역자가 6-7명이나 됐다. 물론 사례비도 대형교회 못지 않을 정도였으니, 교역자들 사이에선 꽤 매력있는 교회로 통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2세 사역자들이 8개월에서 1년 새 교회를 옮긴다 치면, 이 교회에선 평균 최소 3년 이상은 사역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교역자는 10년째 해오고 있기도 하다.
올해 나이 정확히 쉰살인 그는 앞으로 딱 10년만 더 목회하고 은퇴할 계획이란다. 은퇴를 영어로 하면 '리-타이어', 너무 늦게 하면 타이어를 바꿔 끼우는 게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예순에 은퇴해서,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한 목회 경험을 살려 1.5세, 2세의 멘토로 그들을 돕는 게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