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미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United Methodist Women, UMW) 이사로 북조지아연회여선교회 소속 이성은 권사(65, 아틀란타한인교회)가 재선출 됐다. 이성은 권사는 2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로 세계 각국의 취약 계층 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미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의 정책을 논의,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의 가족사를 살펴보면 지금의 이사직이 어쩌면 '운명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교회 초기 역사 속에서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최초의 전도부인 김세지 여사의 외손주며느리인 이성은 권사. 그녀는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믿음의 유산을 몸소 살아내는 동시에, 자신의 며느리 남궁여진 집사와 함께 여선교회 사역을 하고 있어 세대에서 세대로 여성들을 통해 이어지는 선교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알고 보니 시할머님이 한국 최초의 전도부인이셨어요. 남편은 할머니가 전도를 많이 해서 받은 금메달을 그렇게 귀중하게 여기셨다고 기억해요. 그 영성이 저에게 넘어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며느리도 연회에서 일하는데 일을 너무 잘해서, 밥을 못해도 너무 예쁘기만 해요(웃음). 며느리에게도 그 영성을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선교회 사역은 13년 전 당한 교통사고 후 시작됐다. 차가 다섯 번이나 구른 큰 사고로 남편과 아들은 혼수상태에 빠졌을 정도로 심각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눈가를 적신 이성은 권사는 "아들을 낳고 내 것이라 생각했죠. 건강도 그렇고요. 의사들은 아들이 반신불수가 될 거라고 했지만, 하나님께 맡기니 다 회복시키셨어요. 매를 맞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전자였어요. 매일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라고 간증했다.
다음은 이성은 권사와의 일문일답.
여선교회 사역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여선교회는 교회가 선교를 하지만 쉽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들을 찾아갑니다. 아동과 여성, 청년 등 세계 각국의 취약 계층들이 대상입니다. 펀드레이징을 통해 돕는 일도 많이 해요. 캄보디아 같은 곳에서는 돼지를 사달라고 하는데, 한 가정에 새끼를 벤 돼지 한 마리씩을 사주면 돼지를 길러 생활에 큰 보탬에 됩니다. 어떤 곳은 소가 필요한 곳도 있고요.
지진이 나면 적십자가 가장 먼저 들어가죠. 그들은 말 그대로 응급처리만 해주고 나오지만 저희는 음식과 옷 등을 제공하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킵니다. 또 여성 교육을 위해 지도자 훈련세미나와 선교학교 등을 개최하고 영성훈련과 함께 세계각국에 대해 공부합니다. 4년 전 택한 나라 중에는 아이티도 있었는데 이후 지진 등의 사건이 있는 걸 보고 하나님의 뜻이 있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감리교는 긴밀한 협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같은 행사를 전국에서 하니 큰 힘이 됩니다. 1불씩을 모아도 백만 불이 되어 큰 일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여선교회 이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요.
이사는 총 25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향후 10년의 이슈들을 두고 논의하며 정책들을 결정하게 됩니다. 각종 선교비와 장학금 등에 대한 결정도 하게 되고요. 회의에는 50명의 프로그램 어드바이저 그룹이 동참해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5명의 한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결정된 정책들이 GBGM(General Board of Global Ministries)으로 올라가면 감리교 정책이 되어 전체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지난 임기에서 결정된 정책들 중에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교육과 환경보호 캠페인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선교회 사역을 하시면 겪는 어려움과 보람이 있으시다면?
더 많은 한국 분들과 젊은 여성들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여성 리더십을 다음 세대가 이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느리지만 한 명, 한 명씩 동참시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북조지아연회한인여선교회에서 선교비를 위해 6천불을 놓고 기도했습니다. 악세사리 작은 것들을 팔게 됐는데 '이 작은 돈으로 6천불을 모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돈이 모여 6030불을 모금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한 만큼 채워주셨습니다.
며느리와 함께하는 사역은 어떤지요
여선교회가 엄마와 딸, 혹은 며느리가 함께 하기 참 좋은 사역입니다. 며느리가 연회에서 일을 하는데 엄청나게 잘합니다. 너무 예쁘죠. 항상 창조적이고 신선한 방법을 사용해서 '어떻게 남부 조지아에서 이렇게 신선한 아이디어들만 나오느냐'는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활동하다 체험한 은혜를 친구들에게 나누면 한 명씩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기성 세대는 점차 이들을 지원하고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신앙을 물려줘야죠.
교회 내 여성 리더십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사실 아직까지 한인교회에서 여성이 리더십으로 세워지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모임도 자주 가져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되지 않습니다. 기도하며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가야 합니다.
제가 처음 한 일은 모임에 가서 배운 것들을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것 이였습니다. 처음 보는 아시안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이들도 계속해서 나가 배우니 한번만 빠져도 왜 오지 못했냐고 안부를 묻더군요.
제 비전은 8년 전 여선교회 회장을 역임한 김경자 권사에 이어 한국인이 다시 한번 여선교회 리더로 세워지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머리가 좋습니다. 회의해 참석해 보면 꼭 한국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주류에 들어가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주류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전하십시오.
6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감리교회 활동과 봉사를 해나가고 있는 이성은 권사는, 마지막으로 교회 내에서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시각과 비전을 갖고 세계를 품고 기도할 수 있는 리더들이 되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