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카우트가 이랬다 저랬다 지조없는 행동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동성애자 지도자 선출과 일반 회원 가입 문제 여부로 내부 갈등을 빚던 보이스카우트 총회가 "동성애자는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그가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는 모호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보이스카우트는 원래 지난 2월 초 이사회에서 동성애자 지도자와 회원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전에도 동성애 지지그룹과 마찰을 겪던 보이스카우트가 2000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다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동성애 지지그룹의 재정적 압박과 회원 감소 문제였다.
보이스카우트는 이 결정을 앞두고 여론의 간을 보려는 듯, 이 문제를 언론에 살짝 흘렸는데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지그룹에서는 환영이었지만 반대그룹에서는 "보이스카우트 보이콧"이라며 정면 대응을 시사했다. 미국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남침례회의 지도자들은 "수많은 개신교 신자가 탈퇴할 것", "보이스카우트에 재앙적 요소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보이스카우트 최대 참여자(전체 회원 중 12%)이자 후원자(전체 후원금 중 25%)인 몰몬도 동성애를 반대한다. 후원자 중 하나인 가톨릭과 연합감리교도 보이스카우트의 이 결정에 어떤 반응을 내놓진 않았지만 이 교단들은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죄로 본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보이스카우트 단원이었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거들었다.
이쯤 되자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꼴이 될까 두려운지 이사회는 결정을 급히 유보하고 5월 총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보이스카우트의 데론 스미스 대변인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회원으로는 받는다. 그러나 성인으로 구성된 지도자들은 동성애자가 될 수 없다"는 안이 제안됐다. 요약하면, 동성애 지지그룹과 반대그룹의 환심 모두를 사 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런 미적지근한 결정은 양측 모두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 반대그룹에서는 청소년들 가운데 동성애자를 발굴해서 보이스카우트가 훈련시킨다는 소리로 들릴 법 하고 동성애 지지그룹에서는 동성애자는 청소년 때부터 활동을 해도 결국은 영예로운 리더의 자리에 못 오르게 하는 차별이라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보이스카우트 측은 "우리는 성적 지향성에 대해 어떤 논란도 없다. 이것은 우리가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 진작에 다루지 말 것이지. 어찌 되었거나 지조없이 촐싹대던 보이스카우트가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국 교계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