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렇게 말 안 들으면 지옥 간다!”
“너, 잘못하면 하나님이 벌 주신다!”
어머니가 자녀들 훈계할 때 자주 쓰는 이 말이, 아이에게 평생 상처로 남는다면? 상담학 박사 강선영 원장(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이 신간 <지금, 내 아이의 진짜 속마음(가방도서관)>에서 ‘고민 많은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기독교인 부모들 중 일부는 위에서 언급된 발언처럼, 아이의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잘못된 양육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원장은 이에 대해 “부모는 이러한 말들이 하나님의 이미지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아이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마음의 상처는 아이의 인격적인 성숙과 영적 성장을 방해하는 주범이므로, 부모는 아이의 마음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부모’에게 상처를 받으면, 하나님께도 상처를 받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심리증상을 호소하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원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생각은 곧바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기독교인들은 비기독교인들에 비해 죄책감을 더욱 잘 느껴 이중으로 고통받는다”고 강 원장은 전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가 행복해야 비로소 행복함을 느낀다. “부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불행하면, 아이는 저절로 불행해진다. 가족은 유기적 관계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미세한 감정까지도 주고받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행복이 먼저인 셈.
강 원장은 “불행한 엄마나 아빠가 잠재돼 있던 마음 속 상처를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투사하면, 아이는 고스란히 전달받은 상처로 인해 불행에 빠진다”며 “그 결과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상실한 채 자꾸만 움츠러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집중력 저하로 공부에 흥미를 잃는가 하면, 심할 경우 우울증과 불안증 등의 심리적 병증을 보이기도 한다.
강선영 원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했던 극심한 마음의 고통과 우울증, 자살 충동 등으로 내담자의 아픔과 슬픔에 적극 공감하면서 많은 이들을 치유해 왔다. 강 원장은 “어린 시절이 행복했던 사람은 고난과 시련이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이 있어 쉽게 헤쳐나가는 반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행복한 순간에도 불행을 두려워하다 불행의 한가운데 꼼짝 못하고 갇혀 버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며 “어린 시절이 즐거웠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부모님은 무조건 존경스럽다”고 한다.
기독교인이든 그렇지 않든, 세상 모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강 원장은 이같은 염원과 기도를 담아 이 책을 썼는데,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 아이의 속마음’을 알아보자.
◈집에서 생긴 고민, “우리는 벙어리 가족이에요”=몸 속 혈관이 막혀 피가 흐르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 가족에게 대화는 ‘피’의 역할을 한다. 대화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대화가 없는 가족 안에서 자란 아이는 많이 아프다. 자녀들은 심하게 때리거나 욕을 하는 등 나쁜 행동을 해도 분노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전달되지 않았을 때 진정으로 분노한다.
부모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 친밀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시도하면 아이는 안정감과 평안함을 느끼고, 집중력과 몰입의 힘을 키운다. 특히 따돌림 등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우울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가 시급하다. 오랫동안 단절된 대화가 갑자기 원활해지긴 어렵지만, 하루에 반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아이가 처음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진심을 다해 다가가면 마음은 열리게 돼 있다. 대화를 통한 소통은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던 소망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또래 관계에서 생긴 고민, “왕따당할까 겁이 나요”=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재미있게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많은 아이들이 따돌림과 집단 폭행, 학교 폭력 등에 노출돼 상처받고 있다. 그렇지만 왕따시키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잔인무도한지 모른다. 왕따를 한 번이라도 당해 본 아이들은 또다시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 왕따시키는 대열에 가담한다. 안타까우면서도, 비겁한 짓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왕따로 인한 상처가 깊게 새겨진 사람은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지 않은지 잘 살펴야 하고, 어느 날부터 학교나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아이들은 왕따를 당하면 속으로만 끙끙 앓는 탓에 부모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심지어 아이가 계속 신호를 보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만약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부모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 아이는 스스로 헤쳐나가기를 원할 수도 있지만, 심각한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도와줘야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해 줘야 한다.
◈교회에서 생긴 고민, “지옥에 갈 것 같아요”=아이들에게 무서운 지옥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 천국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기도 전에 지옥의 이미지가 강하게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옥의 두려움에 억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다.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악마의 속삭임에 쉽게 넘어간다. “넌 형편없는 애잖아? 그래서 쟤가 널 괴롭히는 거야. 그러니 너는 쟤를 미워해도 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지 않으면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낮은 자존감은 악마의 속삭임에 쉽게 굴복하게 만들고,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을 갖게 한다. 죄책감은 곧 지옥의 무서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매우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실 만큼 사랑하셨다. 그 어떤 부모보다도 더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러니 지옥에 갈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생활 태도에서 생긴 고민, “성에 관심이 생기고 이상한 상상을 자주 해요”=성(性)에 대한 인식은 부모가 성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가에 좌우된다. 엄마 아빠가 성에 대한 지식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솔직하게 알려주면 아이들은 성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성교육을 막상 실천에 옮기려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부모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성장해야 건강한 성 인식과 함께 성에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이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려면 부모가 먼저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의 성적 호기심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고, 건강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성이 부끄럽고 추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돕는 일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아이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야동’을 보거나 자위행위를 하면 반드시 교정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