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일촌, 피를 나눈 형제는 이촌, 부모의 형제들을 삼촌으로 삼는 세상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을 촌수를 넘어 사랑하며 한 평생 산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현순호 목사(전 미국 장로교회 중서부지역 한인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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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순호 목사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성경은 한 남자와 여자가 부모를 떠나 한 몸을 이룬다고 하듯 헬라인들은 비슷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 즉 처음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 한 몸 안에 남성과 여성이 같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남녀가 서로 진하게 사랑하는 것을 본 신은 질투하여 남녀를 갈라 동서로 멀리 쫓아냈다. 떨어진 남녀가 자기의 반쪽을 찾아 헤메다가 만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한다. 그 신화가 뜻하는 바는 혼자는 반쪽 인생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반려자를 구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성을 그리워하는 선천적 본능 때문인가? 아니면 둥지를 떠난 새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짝을 찾는 것 처럼 인간도 종족 보존을 위한 수단인가? 또는 나의 부족한 점을 짝을 통하여 보충하려는 생존의 방법인가? 여하튼 나를 위해 반려자를 찾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큰 함정이 있다. 부부가 된후에 자기가 기대했던 반려자가 아니면 언제나 남남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부부는 좀 다르다고 본다.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반려자가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행복은 소유적인 면 보다 창조적인 면이 더 많으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삶을 산다.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못 사는 강한 접착체는 변함없는 사랑뿐이다. 그 사랑은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변함이 없다. 내가 아는 김영자 씨 가족은 미국에 와서 잡일부터 시작했다. 남편은 야간 일을 하며 밤 운전을 하다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여러해 동안 식물인간처럼 살았다. 주위에서 이혼하라는 권고도 받았지만 오히려 남편이 살아있는 자체를 감사하며 부업까지 하면서 두 남매를 잘 키웠다. 자녀들도 커 가면서 엄마, 아빠의 뜨거운 사랑을 존경하며 주말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엄마를 도왔다. 15년을 지내면서 남편이 차차 회복돼 지금은 큰 불편없이 잘 산다. 이들 부부는 가진 것은 없으나 강한 사랑이 있다.

반면, 원수 같이 여기면서도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가 꽤 있다. 싸우는 날이 더 많고 거칠고 화난 목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옆집으로 건너가 이웃으로부터 불평을 듣기도 한다. 치고받고 찻잔이 날아가 벽에 꽂히는 등 그렇게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아내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거나 자녀들이 불쌍해서, 또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부부에겐 집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일 것이다.

A 교회에 출석하는 부부 이야기다. 남편은 의사이고 아내는 간호사다. 조용하고 전망이 좋은 곳, 나무와 꽃이 잘 어우러진 넓은 정원, 테니스 코트와 수영장도 있다. 두 남매는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하는 모범생이다. 그 집에 심방간 분들이 대접을 잘 받고 나오면서 하는 말. “세상에 저렇게 이상적인 부부가 어디 또 있을까!” 찬사를 마지않는다. 그런데 그 집의 파출부를 통해 그 가정의 비밀이 새어 나왔다.

그 부부는 서로 말을 안 하고 식사는 물론 외출도 같이 가는 일이 없단다. 그러나 손님이 집에 올 때는 잉꼬부부로 위장을 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자녀들이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 둘은 남남으로 돌아섰다. 물론 교회도 떠났다. 모든 것을 가졌으나 사랑이 없는 원수같은 부부였다.

두 사람을 한 몸으로 묶어주는 접착제는 무엇일까? 반려자를 나보다 더 배려하는 사랑이다. 그곳에는 촌수도 돈도 넘어서는 강한 힘이 있어 부부는 세상을 밝게 살아가며 자녀들도 보고 배워 건강한 사회에 기여하게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