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몇 해 전부터 노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흔이 되면 노안이 온다고 얘기한 것을 30대 후반까지는 매우 대수롭지 않게 들었답니다. 워낙 눈이 좋다고 자부하던터라 귀담아 듣지 않았지요. 그런데 마흔이 된 그 즈음에 어느날 부터인가 알 수 없지만 가까이서 보던 글들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 생기더니 조금 거리를 띄워 글을 읽어야만 제대로 초점이 잡힌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 이것이 노안’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틀란타로 이사오고 개척교회를 하면서 눈에 대해서는 잊고 지냈는데 최근들어 눈이 많이 아프고 점점 글이 잡히는 초점이 멀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마침 민하가 지난 주에 눈이 나빠 안경을 쓰게 되면서 마음에 결심을 했습니다. ‘꼭 시력검사를 해 보겠다고’. 그래서 세라자매님이 근무하는 곳에 찾아가서 시력검사를 받았습니다. 평생 처음인 셈이죠.
검사를 받으면서 세라자매님이 제게 들려준 얘기 또한 또 처음 듣는 얘기였는데,
제게 난시가 있고 좌, 우 시력이 달라서 돋보기 안경을 쓰더라도 도수를 조절해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측정한 제 시력에 맞춰 렌즈로 테스트를 해 봤는데 글자가 겹쳐 보이지도 않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보여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동안 저는 제게 보이는 것만큼만 세상을 보고 있던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린 많은 경우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 정확한 진단없이 그동안 쌓아 온 신앙 생활의 경험과 생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진단 얘기가 나와서 하나 더 덧붙입니다. 그 날, 세라자매님이 눈에 질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동공을 넓혀 주는 약을 넣고 한 20분 후에 검사가 가능하다고 애기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을 또 따로 내는 것이 쉽지 않아 검사를 부탁했습니다. 한 가지 주의 사항은, 검사 후 4시간 정도는 글자도 잘 안 보이고 사물체도 보기가 힘들거라고.
한 번도 경험이 없던터라 쉽게 부탁했는데, 그런데 정말 닥치니깐, 글자뿐만 아니라 사물체도 뿌엿해서 어질어질 하더군요. 그래도 최근 눈이 자주 아팠던 차라 조금 떨었지만 눈이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아 ‘안심,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안고 안경을 주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님이 제게 이런 마음을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우리 몸을 정말 완벽(perfect) 하게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눈 안의 동공을 조금만 넒혀도 사물을 온전히 보기가 힘든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 그대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쳐 주시는 시간이었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그 하나님의 사랑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에베소서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