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선교회가 1월 7일 라티노 노동자들을 위한 신년 떡국 잔치를 열었다. | |
신년 초, 예년의 소한 날씨에는 눈보라와 한파가 며칠째 계속되곤 했었지만, 최근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늦가을처럼 하늘이 높고, 햇볕이 따뜻했던 월요일(1월 7일) 오전, 애난데일 굿스푼 거리급식 현장에 몰려든 라티노 일일 노동자들의 외투가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 겹겹이 껴입은 두툼한 외투, 뒤집어 쓴 털모자와 방한 장갑으로 중무장한 까칠한 젊은 노동자들이 시장기를 달래 줄 따뜻한 스프와 커피가 마시고 싶어 몰려온 길이다.
이른 아침부터 일자리를 찾아 애난데일 리틀리버 턴파이크로 출근하여 종일 배회해 보지만 새해 벽두부터 저들을 불러 일거리를 줄 사람은 없다. 급격히 줄어든 일 거리는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도시빈민들의 의식주 문제에 당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니카라구아 출신의 호세 니카(46세)씨는 최근 월세를 내지 못해 당장 거리로 내 쫓길 어려움에 처했다. 멕시코 출신의 앙헬 로드리게스(53세)씨는 "매년 겨울철이면 반복되는 어려움이지만 금년 겨울만큼 혹독한때도 없었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라티노 노동자 60여명, 한인 봉사자 8명이 함께 어울려 엉거주춤 예배를 마치고 나면, 이른 아침 부터 새빛감리교회 실버 봉사대(팀장 배재현 장로)가 준비한 '떡국'이 배식된다.
2013년 신년들어 처음 맞이하는 첫주 월요일 거리급식 메뉴는 한국식 떡국이다. 예배를 인도한 조영길 선교사는 한국의 세시풍습을 설명하면서 "떡국을 한그릇 먹어야 비로서 한살을 더 먹는 의미있는 한국 전통음식이다"며 설명하자, 생활고로 짙게 그늘져 있던 라티노 노동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펴진다.
볼티모어 '홈 오브 더 월드' (송인준 사장)가 기증한 찰진 떡국떡을 소고기 국물에 삶아 달걀 고명을 얹어 만든 떡국은 보온통에 담아 따뜻하게 배식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국에, 갓 지은 쌀밥, 망고와 차요떼 겉절이, 달큰한 커피를 받아든 우루과이 출신의 엘레나(53세)씨는 "간염으로 몸이 아파 한동안 일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인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이 무이 리까(아주 맛있어요) 그라시아쓰(감사합니다)" 하다며,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행복해 한다.
너른 마당엔 메릴랜드 제섭에서 청과물 도매상을 하는 '제이 글로벌’(이인숙 사장)에서 제공한 망고, 차요떼, 바나나 박스들이 내려졌고, 즉석에서 나눠진 풍성한 과일 선물을 한아름씩 받아 돌아가는 저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굿스푼에선 2월말까지 동계 혹한기 도시빈민들을 위한 거리급식을 새벽과 점심으로 매일 실시하고 있다. 거리 급식에 필요한 컵라면, 커피, 설탕, 쌀과 방한 용품을 기증을 한인 동포사회에 요청하고 있다.
(겨울철 도시빈민 구제와 선교에 동참 문의: 703-622-2559 굿스푼 김재억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