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김없이 손자나 손녀 중의 한 명이 추모사를 합니다. 대부분이 영어로 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지만, 읽다가 눈물을 훔치며 울먹거리는 그 ‘언어’의 내용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충분히 전달이 됩니다.

그들의 추모사 내용은 거의가 대동소이한데, 할머니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 할머니 냄새 나는 잊을 수 없는 음식들, 그 때는 좀 귀찮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애절하게 그리워지는 할머니의 자잘한 염려들, 그런 내용들입니다. 젊었을 때에 자식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대부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거의 무한대의 사랑을 손자와 손녀들에게 쏟아 붓습니다. 다음은 크리스티 브링클리가 쓴 ‘틀니도 무섭지 않다’는 글의 일부입니다.

『 할머니께서는 동생과 나를 키워 주신 적이 있다. 할머니는 나이가 많이 드셔서 우리를 돌보다가 힘이 들어 잠깐씩 쉬셔야 했다. 할머니께서는 휴식을 취할 때마다 우리를 마룻바닥에 앉혔다. 그리고 틀니를 빼서 우리 앞에 가만히 놓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움직이지 마라. 틀니가 너희를 물지도 몰라!” 우리는 틀니가 호랑이처럼 무서웠다. 그래서 할머니가 틀니를 다시 끼울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리 눈에 할머니는 위대한 마술사로 보였다. 이를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마술사. 할머니는 잠시 쉬고 나면 틀니를 다시 입에 끼우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때 할머니의 웃음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우습게도 그 미소의 포근함 때문에 나는 이제 틀니가 조금도 흉칙해 보이지 않는다. 』

어느새 12월이 되었습니다. 준비성이 있는 분들은 벌써부터 성탄절에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마음 속에서 고르고 있을 것입니다. 혹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계신 분들은, 이번에는 먼저 그분들의 선물부터 골라보십시오. 한국에 계신다면 이번 주간에 선물을 보내셔야 성탄절 전에 들어갈 것입니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이전에 여러분을 길러주셨던 그분들의 사랑을, 아름다운 성탄카드에 엮어서 보내 보십시오. 누가 압니까. 그 카드와 선물이 할아버지 내외 분을 주님께로 인도하실런지…. 돌아가신 후에 흘리는 눈물보다는 살아계실 때에 보내 드리는 감사의 말과 사랑의 선물이 그분들을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