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그 동안 혈전(?)을 치루던 대선이 오바마가 다시 재선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말도 많고 종교적인 논쟁까지 가열되어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던 롬니와 오바마의 대결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아닌 마치 백인과 흑인/스페니쉬를 포함한 소수민족과의 싸움처럼 된 듯 한 결과를 낳기도 하였습니다. 통계를 보아도 백인들에게 30% 조금 넘는 표를 얻은 오바마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소수민족의 단합을 그대로 보여준 예가 된 셈입니다. 이러한 인구변화는 조만간 미국 정치구도의 구체적인 변혁을 예상하게 됩니다.

개인이나 나라든 큰 변화의 때를 맞이하고 있음입니다. 지난 수요일 스타벅스에 들렸더니, 중년 백인들 한 그룹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대선승리에 대한 오바마의 연설을 보면서 연신 개인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도에 지나치다 싶었는데, 결국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말싸움까지 붙게 되었습니다. 다른 방송에선 가뜩이나 하리케인 샌디가 북동부를 휩쓸고 지나간 뒤, 이제 스노우 스톰까지 온다고 하고 또 이미 중북부에는 큰 눈이 오는, 기상까지 큰 변화가 있는 것이 이래저래 원하지 않게 마음과 몸을 추스리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한국의 한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면서 이렇게 소리없이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힐 수 있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구순의 치매 어머니 뜻 따라, 딸이 강남아파트 기부’ 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내용을 간추리면...

[치매를 앓는 구순(九旬) 할머니의 딸이" 병을 앓기 전 어머니가 원했던 뜻에 따라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겠다"며 수 억원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기부했다. 양애자(89) 할머니와 막내딸 정인숙(54)씨 모녀는 6일 서울 서초구의 35평 아파트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이들이 기부한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약 7억원 정도로, 햔재 양 할머니는 치매를 앓는 상태다. 자신의 이름과 나이, 딸의 이름 등은 또박또박 말할 순 있지만, 대화는 어려운 정도다. 거동이 불편해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씨에 따르면 양 할머니는 치매를 앓기 전 "우리 가족이 풍요롭게 산 것은 축복이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 남기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양 할머니는 특히 방송에 나오는 가난하고 힘든 형편의 어린이들을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관련 기관에 전화를 걸어 기부를 했다.

1993년부터는 어린이재단의 정기후원자로 매달 20만~30만원가량씩 기부했다. 그러다가 2010년 3월 넘어지는 사고를 겪고 나서 관절 수술을 받고는 병상에서 생활하게 됐다. 치매증상까지 나타나자 딸 정씨가 어머니가 하던 나눔을 잇게 됐다. 양 할머니는 2000년 '언젠가 어려운 사람들 주겠다'며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정씨는 "어머니가 아파트를 사면서 제일 먼저 한 말씀이 '이 아파트를 좋은 곳에 기부하고 싶다'였다"면서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인 2009년쯤 이미 기부를 위해 공증 등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3년 동안 언제, 어디에 기부할지 많이 고민했다"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어머니가 기부해왔던 어린이재단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6일 정씨는 어머니의 오랜 꿈을 이뤘다. 그날 저녁 정씨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차근차근 기부에 대해 설명하자, 양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참 잘했다, 내 딸."]..... 이 기사를 읽고, 다름없이 일상적인 하루를 시작했는데 자꾸 마지막 대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구순의 어머니가 오십대 중반 딸에게 하신 말씀, “참 잘했다, 내 딸.”.... “참 잘했다, 내 딸.” ]

신앙이나 삶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거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저 이 얘기 한번 들으면 될 것 같습니다. “참 잘했다, 내 딸...” 다음주일은 추수감사주일로 드립니다. 진정 감사가 넘치는 감사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와 칭찬, 참으로 적절하고도 딱 맞는 매치입니다. 이왕에 감사의 편지도 한번 써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