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에게 가을은 절기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성경의 여러 절기들이 모여 있다. 나팔절 (로쉬 하샤나), 대속죄일 (욤 키푸르), 초막절 (숙곳)(각주1)이 9월 중순에서 10월 초에 모여 있다. 해마다 가을 이 시기가 되면, 유대인들은 성경의 절기들을 지키느라 일년 중 가장 분부하고 가장 경건하며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2012년 초막절은 9월 30일 해 질 때부터 10월 7일까지이다.

초막절은, 1년을 안정되게 생활했던 주택을 떠나 근처 공터에 가족마다 초막을 짓고 1주일간 그곳에서 생활한다. 유대인들은 초막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것을 개인의 생활 공간을 떠나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초막절은 유대인의 가장 즐거운 명절에 속한다.

성경의 절기들을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그러나 절기들을 알면 가을에 하나님의 말씀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구약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들은 절기를 통하여 하나님을 섬겼고 예수님 역시 성경의 절기들을 지키셨는데, 요한복음 7장에는 예수님께서 초막절을 맞아 예루살렘을 방문하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2012년9월을 보내면서 성경의 초막절을 소개한다. (초막절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분주한 유대인들을 메아 쉐아림에서 찍은 것이다)

예루살렘에 성전이 있던 때, 하나님의 백성들은 세 절기 (유월절/ 무교절; 칠칠절/ 초실절/ 맥추절/ 오순절; 초막절/ 장막절/ 수장절)를 맞으면, 성전을 방문해야 했는데 초막절은 그 절기 중의 하나이다 (출23:14-17, 34:18-23). 초막절은 ‘여호와의 절기’ (레23:39), ‘칠월 절기’ (왕상8:2, 대하5:3, 느8:14), 또는 ‘수장절’으로도 불렸다. 이는 여름 농사의 실과 (밀과 보리를 추수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는 나무로부터 소출)를 거두어 들이는 것을 기뻐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의 수장절은 현대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출34:22, 출23:16).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초막절을 지키라 하심은, 농사 이후 곡식을 거둬들이는 곡식 저장의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계약 관계’에 있다. 하나님은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택을 떠나 잠시 초막에 거하게 하므로 추수로 인한 큰 기쁨 가운데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에 거하며 소유가 풍부하게 될 때에 교만하여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 (신8:12-14)과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초막에 거할 때, 아브라함의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어떻게 돌보셨는지를 기억하며 오직 하나님 만을 섬기도록 하기 위한 절기’이다.

초막 (Sukkah)

초막은 히브리어로 ‘수카 (hK'su)’라 부른다. 숙곳(tKo±S;)은 수카의 복수 형태이다. 랍비 문헌인 할라카에 따르면, 수카를 만드는 벽은 어떤 재료든 사용할 수 있다. 나무는 물론 유리, 알루미늄도 사용할 수 있다. 수카는 단독으로 세울 수 있고 또 건물에 의지해서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수카의 지붕은 반드시 땅에서 자란 식물을 사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식물은 종려나무이며 일반 나무의 가지를 지붕에 얹을 수도 한다. 수카의 지붕은 나뭇가지를 너무 촘촘하게 얹어서는 안된다. 전등이나 초를 켜야 할 만큼 수카의 실내가 어두워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밤에는 초막 안에서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듬성듬성 나뭇가지를 얹어둔다. 수카의 내부는 사진, 반짝이, 과일을 매달아 장식하기도 한다. (초막을 지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베란다에 초막을 지었다)

홀 하모에드 (khol HaMoed)

숙곳은 7일간 계속 되지만 첫날만 온종일 명절로 보내고, 둘쨋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6일은 ‘홀 하모에드’라 하여 중요한 절기보다는 덜하고 일반 날보다는 중요한 날로 6일을 보낸다. 숙곳의 8일째 되는 날은 ‘호산나 랍바’라 부른다. ‘홀 하모에드’는 모든 활동이 가능한 날이다. 물건을 사고 음식을 준비하며 집을 청소하고 다른 사람의 초막을 방문하거나 가족과 함께 소풍을 다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금지되는 일도 있다. 세탁, 옷을 수선, 매우 격렬한 운동은 금지된다.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홀 하모에드’를 휴가로 생각한다. 각 가정마다 수카에서 식사하고, 수카에서 손님을 대접하거나 이웃의 수카를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축제 기간이다.

심핫 베잇 하쇼에바 (Simchat Beit HaShoeivah)

성전이 있던 때, 숙곳 기간에는 매일 성전에서 특별한 의식을 행하였다. 초막절은 긴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때에 있으므로 유대인들은 초막절 때에,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적당한 비를 주시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특별한 의식인 ‘심핫 베잇 하쇼에바’ 의식을 행하였다. 이 의식은 제사장들이 성전으로부터 실로암 연못으로 내려가 물동이에 물을 길어와 성전 제단 위에 붓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이사야 12:3절(각주2)에 근거한다. 그러면 성전 뜰에는 수 많은 유대인들이 물을 붓는 의식을 지켜보았다. 랍비 문헌인 미쉬나에 따르면, ‘물을 붓는 즐거운 의식을 지켜보지 않는 사람은 그의 삶에서 전혀 즐거움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기록하였다. 숙곳 기간에 예루살렘은 유대 순례자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밤에는 모인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수금과 비파와 심벌즈와 나팔을 불며 춤추고 노래하였다. (2004년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예수님 당시 실로암 연못)

예수님은 초막절 마지막 날 곧 심핫 베잇 하쇼에바 의식이 있던 때 (요7:37절에는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성전 뜰에서 이렇게 외치셨다: 누구든지 목 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므로 자신이 ‘세상에 오실 참으로 그 선지자’이심을 선포하신 것이다. 실재로 예수님의 이 외침을 듣고 예수님을 메시아로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예수님의 이 외침은 메시아의 초대였다. 이제 초막절 명절 끝 날에 메시아의 외침을 들었던 사람들은 곧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예수님의 이런 메시지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들을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제단에 물을 부으며 적당한 때에 비를 주시기를 기원하는 때에 예수님은 생수에 대한 말씀을 전하신 것이다. 과거 그들의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다. 그 만나는 모세가 준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또한 그들의 조상들은 반석에서 나오는 샘물을 마셨다. 바울은 그 반석에 대하여 고린도전서 10:4절에 그리스도라 하였다.

호산나 랍바 (Hoshana Rabbah)

초막절의 마지막 날은 ‘호산나 랍바’라 부른다. ‘호쉬아-나 랍바’로 발음하며, ‘이제 큰 구원을 베푸소서’라는 의미이다. 성전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날, 시내버들을 들고 흔들며 제단 옆면을 두드렸다. 그래서 ‘호산나 랍바’는 ‘시내 버들의 날’, ‘나뭇가지로 두드리는 날’로도 불렸다. 시내버들로 제단을 두드리는 일을 마치면 성전에 올라온 어린이들은 갖고 있던 종려나무 가지를 던지고 에트로그 (아름다운 나무의 실과)를 먹었다. 호산나 랍바 오후에, 순례자들은 자신이 거하던 초막을 거두고 그들이 살던 집으로 돌아간다. (사진은 메아 쉐아림에서 찍은 초막절의 시내 버들)

현대 유대 종교인들은 호산나 랍바 밤에 회당에서 밤새도록 토라를 읽는다. 이것은 ‘호산나 랍바’가 초막절의 마지막 날임을 기념하는 것이다.

요한복음 7:37절에 보면 ‘명절 끝날 곧 큰 날 (호산나 랍바), 심핫 베잇 하쇼에바’ 의식이 있던 때, 제사장들이 실로암 연못에서 물을 길어와 제단 위에 붓고 많은 유대인들이 즐거워하던 때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현대 유대인의 초막절 지키는 모습

새해 (로쉬 하샤나)부터 대속죄일 (욤키푸르)까지 회개와 참회의 시간을 보낸 유대인들은 대속죄일이 끝나면 5일 후에 시작되는 초막절을 위하여 가족마다 초막을 짓기 시작한다. 각 가정은 레위기 23:40절(각주 3)에 기록된 대로 아름다운 나무 실과 (Etrog), 종려 가지 (Lulav), 무성한 가지 (Hadas), 시내버들 (Aravah)을 준비한다. 절기가 시작되면, 회당에서 예배를 드린 후에 가족은 모두 자기 가족에게 속한 초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초막에서 준비된 음식을 나누기 전에 가장은 포도주를 들면서 이렇게 시작하는 축복문을 암송한다:

바루흐 아타 아도나이 엘로헤이누 멜레흐 하올람
찬양하나이다 당신은 주, 우리의 하나님이시고, 영원하신 왕이시나이다

그리고 초막에서 음식을 나누며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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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1: 초막절은 ‘장막절’과 같은 절기로, 히브리어로 하그 하숙곳이라 부른다.

각주2: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로다.

각주3: 첫날에는 너희가 아름다운 나무 실과와 종려 가지와 무성한 가지와 시내 버들을 취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칠일 동안 즐거워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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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