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밋 롬니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저소득층을 `무시'하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롬니 후보가 17일 밤 긴급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발언'에 대해 "품격있게 표현된 것이 아니었다. 질문에 대해 즉석에서 대답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불을 끄는 데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설화는 롬니를 자애심 많은 지도자로 각인시키려던 최근의 시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지지자들 앞에서 한 것이지만 미국민 절반가량을 '정부 의존형 인간'으로 표현한 '비하 발언'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공화당 지지자들은 1인당 5만달러씩 기부한 거부들이었다.


뉴욕타임스 등 다른 언론들도 롬니가 말한 '세금을 내지 않는 47%'를 문제삼았다.


롬니 후보는 지난 5월 플로리다주 공화당 자금모금 행사 도중 한 참석자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를 어떻게 끌어올 것이냐를 묻자 "미국인 47%는 정부에 의존하면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거나 "이들은 소득세도 내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낮추겠다는 내 공약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롬니가 47&의 사람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는 모두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46.4%가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보장 명목의 급여세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득세나 급여세를 모두 내지 않는 가구 18.1%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인층이며, 3분의 1이상은 노인이 아니지만 소득 2만 달러 이하 가구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18일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47%는 물론이고 모든 미국인을 거론함으로써 롬니의 발언을 부각시킨 것이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당신이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물론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면서 "우리를 미국인으로 함께 단결시키는 것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 공장 노동자가 지지자이건 경영자들이 지지자이건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옳은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니 대변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문제의 동영상을 봤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공화당 진영과 보수세력들은 현재 롬니의 발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인 윌리엄 크리스톨의 경우 "매우 멍청하고 건방진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잠재적 지지세력을 애써 적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전략가인 에드 롤린스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작은 실수를 한 것"이라고 일축한 뒤 "사실을 틀리게 말한 것도 아니다"고 두둔했다.


물론 공화당 진영은 경합지에서 갈수록 오바마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지난여름 해외 순방에 나섰다가 첫 방문지인 영국에서 개최 직전의 런던 올림픽에 대해 "얼마나 준비됐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이스라엘에서는 "이스라엘 경제가 팔레스타인보다 발전한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말해 `인종주의적 발언'이라는 반발을 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