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울산에서 자매를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경찰 수배중인 김홍일(27)씨가 13일 오후 부산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기장군의 한 야산에서 은신해 잠을 자던 중 주민에 의해 발각됐다. 김씨는 발견당시 노숙자라고 속이고 산속으로 달아났으나 경찰의 대대적인 체포작전으로 두달간의 도주행각에 막을 내렸다.
◇검거순간 = 김씨는 이날 오후 5시30분께 기장군 일광면 용천리 화용길 384도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4개 중대와 112타격대, 경찰특공대, 수색견 등을 투입, 함박산 일대에 대한 수색작전을 펼친 끝에 신고접수 5시간여만에 김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검거당시 김씨는 검은 모자와 상하 모두 검은색의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귀를 덮을 정도로 길었고 수염은 깎지 못해 덥수룩했다.
부산경찰청 제3기동대 김성헌 경사와 김건우 순경은 김씨를 발견, 검문을 하자 김씨는 순순히 자신을 김홍일이라고 인정했다. 산에서 내려오던 김씨는 체력이 거의 바닥나 경찰에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검거 당시 왼쪽 팔이 골절돼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 접수…수색작전 = 김씨는 이날 낮 12시13분께 기장군 정관면 곰내재 함박산 6부능선에서 숨어 있다가 주민의 의해 발견됐다.
경찰 과학수사팀은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던 현장에서 발견된 캔 커피에서 김씨의 지문이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신고자 배모(75)씨는 "영지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곰내재 일대 산속을 다니던 중 한 남자가 마대를 뒤집어쓴 상태에서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왜 여기서 자고 있느나'고 묻자 노숙자라고 대답했다. 울산 자매 살인사건 용의자와 비슷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은신처 현장 = 김씨가 은신해 있던 현장은 6부능선으로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이다. 송전선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가끔 다니는 등산로에서 100m나 떨어져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김씨는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씨가 있던 곳에는 과자봉지와 음료수 등 70여점이 발견됐다. 김씨가 먹은 것으로 보이는 과자와 음료수 등은 송전선로 공사 인부들이 잃어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두달간 산속서 생활" = 김씨는 지난 7월20일 새벽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알고 지내던 20대 자매 2명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기장군 함박산 기슭에서 김씨가 먹다 버린 것으로 보이는 캔 음료수와 빵 등을 발견했으나 그 후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동안 경찰이 김씨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기장군 함박산과 천마산 일대에서 헬기와 수색견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김씨의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두달 동안 산속에서 생활하면서 거의 먹지 못해 힘들었다"며 "(경찰에 검거돼) 차라리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울산으로 압송 = 부산 기장경찰서는 김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신병을 수배관서인 울산 중부경찰서로 넘겼다. 울산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와 두 달간의 행적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