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단체의 기자회견을 보수단체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05년 보수-진보단체 간에 조성됐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맥아더동상타도특위'는 21일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내 맥아더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특위는 회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려서부터 맥아더 장군을 민족의 은인으로 배웠지만 동상까지 세워 기려야 할 인물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수백만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도록 명령한 장본인"이라며 "동상을 철거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아더 장군 추모식을 진행하려고 모인 해병대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이 특위의 기자회견을 막아서면서 양측은 대치했다. 특위 회원 한명이 동상에 올라가려 하자 해병대전우회 회원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병력이 양측을 갈라놓으며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이후에도 양측은 한동안 대치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2개 중대 15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특위 측은 다음달 8일까지 동상 철거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논란은 지난 2002년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과 9.11 테러 등으로 증폭된 반미감정의 여파로 진보 시민단체들이 맥아더 동상 주변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동상 철거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논란은 지난 2005년 절정에 달해 동상 주변에서 각기 집회를 벌이던 보수-진보단체 간 폭력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 중구는 오는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을 앞두고 예산 6천만원을 들여 노후화가 심하게 진행된 맥아더 장군 동상의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