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태극전사들이 60여 년 전 한국 땅에서 목숨을 바쳐가며 평화를 지켜낸 한국 전쟁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양학선(한국체대), 박태환(SK텔레콤), 이용대(삼성전기), 김현우(삼성생명) 등 메달리스트 22명은 9일 오전(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찾아 지하에 마련된 영국군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물에 헌화했다.


영국은 한국 전쟁 당시 육군 2개 여단, 해군함정 9척, 공군 1개 비행단 등 총 5만 6천 명의 병력을 파견해 1천78명이 전사하고 2천674명이 다쳤다.


한국 선수단이 올림픽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참배에 나선 것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이기흥 선수단장, 추규호 주영 한국대사 등도 함께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 참가한 영국인 참전용사 6명도 함께 자리를 빛냈다.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은 60여 년 전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한국의 선수들이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신의 동료를 참배하기 위해 세인트 폴 대성당을 찾아준 것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국 전쟁 참전 용사인 시릴 루거 씨는 "다른 나라 메달리스트들은 경기가 끝나면 클럽이나 카지노 등 놀러다니기만 하는데 한국 선수단이 시간을 내서 이곳까지 찾아와줘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고층빌딩과 수많은 다리가 놓이는 등 한국의 발전 모습에 많이 놀랬다"고 덧붙였다.


전쟁 당시 북진하다가 판문점 부근에서 전투를 펼쳤다는 루거 씨는 "한국 경기를 많이 봤다"며 "한국 축구대표팀이 영국을 이긴 것은 유감이지만 재미있게 잘 봤다"고 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은 대성당 앞에서 이날 행사에 참전용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대성당 지하에 마련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물에 꽃을 받쳤다.


이기흥 단장과 기보배가 먼저 헌화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줄지어 묵념하면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며 "이런 행사에 참가한 게 뜻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