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던가. 설교가 머리가 아닌 가슴만 감동시킨 것이…. 교리보다는 체험, 느낌을 강조하면서 설교 시간 자체가 20분으로 줄어들었다.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전해지는 설교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간다. 깨닫지 못한 채 감동이 되면, 봉사와 헌신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람 안에 영적 성숙이 일어나긴 힘들다.”

▲죠이선교교회 김형익 목사.
비엔나에 위치한 죠이선교교회를 세우고 올해로 6년째 담임 목회를 하고 있는 김형익 목사. 교리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고 있는 미국 몇 단체의 움직임을 주목해 보고 있다는 그는 “이민교회에도 교리로 돌아가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데 강력한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이다. 즉 감동을 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메시지가 강력히 선포돼 성도들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심겨야 한다는 데 그는 동의한다.

8년 간 GP(Global Partners) 선교회 한국 대표로 사역한 그가 목회를 결심하고 기도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부터다. 선교회 대표로 있는 동안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서 그는 “선교에 관한 성경 메시지”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오랜 사역 끝에 ‘선교’는 ‘복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될 때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란 걸 깨닫고 그는 목회를 결심한다.

“8년 동안 전국에 있는 수많은 한국교회들을 방문하면서 한국 교회의 전체적 흐름과 동향을 좀 더 넓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대교회에 회복돼야 할 부분을 김 목사는 크게 3가지 ▶메시지의 피상성 ▶율법과 복음의 모호성 ▶번영 신학으로 흐려진 성경 중심 잣대로 인식하게 됐다.

◎ 목사님의 목회 철학은 무엇인가?

진짜 복음(Authentic Gospel) 이 없이는 진짜 회심이 없고, 진짜 회심이 없으면 진짜 기독교인이 안나온다. 진짜 기독교인이 나와야 진짜 교회가 나오고, 가라지가 없을 수는 없으나 진짜 교회가 나와야 진짜 선교가 나올 수 있다. 제 목회 철학은 이것이다. 이름 내는 것 말고 우리의 삶을 드리는 진짜 선교를 이끌어내기 위해 진짜 복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목사님이 가르치시는 ‘복음’은 무엇인가?

성경전체가 복음인데, 크게 율법과 복음으로 나눌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이렇게 해라! 그러면 너는 산다”는 것이 율법이라면, “너는 못해! 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서 다 했어.” 하는 것이 복음이다. 복음을 알고, 믿은 다음에 필요한 것이 율법이다.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율법에는 하나님의 성품이 나타난다. 하나님의 기호, 취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 목사님이 인식하고 계시는, 현대 교회의 문제점이라면?

설교의 약화다. 역사상 설교는 언제나 거치는 것이었다. 1세기에도 그랬지만 우리의 죄성을 거스르는 것이며, 긍정적인 말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말씀도 많다. 말씀은 우리의 죄를 깨닫게 하고 교정하며, 의로 교육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모험이다. 마틴 루터는 설교를 고문보다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듯이. 설교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설교 약화의 대표적 현상을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설교 시간의 축소다. 예전에는 40~50분 했던 설교가 20분으로 줄어들었다.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메시지는 머리로 가지 않고 가슴으로 간다.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깨닫지 못한 채 감동이 되면 헌신이나 봉사는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영적 성숙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현상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있다는 생각이다. 진리의 말씀, 진리에 대한 분별이 약해지면서 피상적 기독교인을 낳고 있다.

리처드 포스터의 사상에 많은 부분 동의하지 않지만, 그는 “영적 훈련과 성장”이란 책 1장 첫째 문장에서 ‘피상성은 우리 시대의 저주 거리’라고 썼다. 이 세상 뿐 아니라 교회 조차도, 마치 대양을 걸어들어갔지만 어깨에도 차지 않는 물을 경험하는 것처럼. 이 피상성이 지도자들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 교회의 피상성이 말할 수 없이 심각해졌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보다 더 심각하고 어렵게 해야 할 신학 공부가 너무나 쉽게 여겨지고 쉽게 주어지는 목사 안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 왜 설교의 약화가 오게 됐나?

설교의 약화는 인간을 믿는 것에서 시작됐다. 성경에서는 인간을 전적으로 부패했다고 말하는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자유주의 신학이 시작되면서, 성경이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근본적 토대에 대한 부정이 일어났다.

죄에 대한 깊은 자각이 없이는 진정한 회심 그리고 복음에 대한 깨달음이 일어날 수 없다.

◎ 설교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보시는 것인가?

교회의 울타리는 언제나 진리였다. 강단에서 분명하게 이것이 진리이고 비진리라는 것이 선포될 때 교회는 언제나 살아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시대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이 어떤 것이냐’가 그 시대 교회를 진단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잣대로 작용해 왔다.

중세말,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야의 타락상이 심했음을 개신교는 인정하는데, 당시 전야의 어둠 이상으로 오늘 개신교의 불이 꺼졌다는 평이 있다.

◎ 그렇다면 설교의 약화와 기독교의 피상성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나?

성경에 대한 무지가 곧 윤리적 타락을 가져왔다. 로마서 1장 18절에서 지적한 불경건과 불의는 크게 영적 문제와 도덕적 문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진리가 무너지면 기준이 없기 때문에 도덕적 타락은 따라오게 돼 있다.

오늘날의 교회가 결혼 생활의 윤리, 공경 등의 율법을 많이 강조한다. 예를 들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 좋은 결혼생활로 가는 길 등이다. 이런 것도 좋지만 결국 뿌리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열매만 맺으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인식의 문제가 중요하다. 암인지 감기인지 제대로 알아야 처방을 하는 것이니까. 진리의 문제를 다뤄 잘못된 행동 양식이 나오는 근본을 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복음은 도덕을 파괴한다. 도덕이라는 것은 인간의 선(善)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지는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진짜 도덕을 세워라, 하나님 앞에서 자기 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가 깨져야 한다. 우리의 의는 그리스도 밖에 없다.

우리 시대는 도덕 설교가 가장 각광 받는다. 정확히 할 일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복음성의 결여”를 낳는다는 생각이다. 종교개혁자들이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이란 단어를 강조했던 것에 이유가 있다. 사도들이 전했던 복음, 종교개혁자들이 전했던 옛 복음을 전해야 하고, 복음과 율법을 그리고 율법과 율법주의를 구분해야 한다.

◎ 이민교회에도 미국교회에 일고 있는 교리 회복 운동 같은 운동이 일어야 한다 말씀하셨는데, 미국 교회 내 운동에 대해 간단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민교회의 영세성 때문에 미국교회의 움직임을 한국 대형교회가 도입하고, 한국교회에서 도입한 프로그램을 이민교회에서 다시 도입하는 흐름이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다.

미국교회에도 복음의 피상성이 주를 이루고 교리가 아닌 가슴을 감동시키는 설교들이 많지만 최근 들어 교리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의 운동들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먼저 2006년 4월 첫 모임을 가진 투게더 포 더 가스펠(Together For the Gospel)이라는 모임은 캘빈주의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첫 해에 3천명, 두번째에 7천명, 세번째에 8천명 등으로 점차 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있으며, 주요 강사는 존 맥아더, 존 파이퍼, R.C. 스프로울 목사가 있다. 미국 주요 기독 잡지에서는 이 모임을 다루면서 “칼빈주의가 돌아왔다”를 표지 헤드라인으로 걸기도 했다.

또 하나는 가스펠 코올리션(Gospel Coalition)이다. 2년에 한번씩 모이는 이 모임은 트리니티 교수인 D.A. 칼슨 외 유명한 복음주의 목회자 존 파이퍼, 팀 켈러 등이 주요 리더로 활동한다.

◎ 막상 목회를 하시면서 부딪히는 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메시지와 메신저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설교자로서 그런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잘 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복음을 온전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전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다 이 메시지 앞에 반응해야 한다. 우리 인생은 회개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 스스로도 목회를 하면서 끊임없이 내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 엎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나는 겉으로 보자면 비교적 성공적 사역을 해왔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성공적이라는 외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역의 여정을 경험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목회도 무난하게 가리라 예상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위 강사로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했을 때와 담임 목사로서 아는 사람에게 계속 복음을 전하는 것에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더욱 깊이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에게 지속적으로 말씀을 계속 전해야 한다는 것, 메신저와 메시지의 일치가 가장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김형익 목사는 건국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후 총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선교사로 섬겼고(1991-1995), 이후 Global Partners (GP) 선교회의 한국대표로 국내외 한인교회들과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선교 사역, 선교사 발굴, 훈련, 파송 등의 책임을 감당했다(1996-2003). 이후 메릴랜드주의 워싱턴 휄로쉽교회에서 수석 부목사로 섬긴 후(2003~2006), 2006년 11월부터 죠이선교교회의 초대 담임 목사로 섬기고 있다.

죠이선교교회 주소) 900 Maple Ave. East, Vienna, VA 22180-3650
웹사이트) www.joymissionchur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