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의 산실이라 불리는 미국 풀러신학교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전세계 신학교 중 가장 많은 박사학위(Ph.D)를 수여한 대학이며, 매주일 1만여 명이 넘는 풀러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이 전세계 강단 위에 서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한국교회와의 유대를 강화, 한국 동문들을 격려코자 풀러신학교 리처드 마우(Richard J. Mouw) 총장이 28일 한국을 방문했다. 마우 총장은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 문제를 개혁주의적 입장에서 제시해 낸 세계적 석학으로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한 치의 여백도 허용치 않으시고 모든 영역을 다스리신다”며 “그리스도인이 사회 각 영역에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한 감색 양복에 은은한 학자의 면모를 풍기는 옅은 카키색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나온 그는 부드러운 눈매 사이로 때론 부드럽게 웃으며, 때론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마우 총장은 먼저 “낯선 나라가 아닌 같은 하나님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라며 “세계 교회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평양대부흥의 1백주년을 맞는 해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칼빈 신학자이자 네덜란드 총리직을 역임한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를 꼽으며 “그리스도인이 정치와 사회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있지만,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공적인 세상과 관계를 맺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의 정치, 사회참여를 적극 찬성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자신은 특별히 정치적인 분야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레미야 29장에서 ‘악한 바벨론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에 예레미야 선지자는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 거하며 전원을 만들고 그 열매를 맺으라… 그 성읍의 평안하기를 힘쓰고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니라”라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우 총장은 “그리스도인은 어디에 살고 있든지 그 사회가 평안하고 아름다워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착한 행실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한 면에서 한국교회가 매우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어찌 보면 자신들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눠주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교회가 선한 삶과 행실에 모범이 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우 총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풀러신학교 박기호 교수는 “풀러신학교 학생 중 3분의 1이 한국 학생들”이라며 “풀러신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에게 학교의 발전상을 알리고 동문들과의 유대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풀러신학교 총동문회 회장 정삼지 목사(제자교회)는 “풀러신학교가 선교학, 교회성장학 등으로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은 실로 크다”며 “마우 총장 방한을 계기로 동문들이 뭉치고 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풀러신학교 한국 동문들로는 한국대학생선교회 김준곤 명예총재, 前 장신대 학장 이종성 박사,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 광림교회 김선도 원로목사, 前 고신대 학장 전호진 박사, 이화여대 전재옥 박사, 장신대 이광순 박사, 총신대 채은수, 김성태 박사, 고신대 양낙흥 교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