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 원장을 맡은 수지 와일스입니다. 소위 '킹 메이커' 역할을 한 그녀는 지난 7일에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되면서 더 주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 일정을 담당한 자로서 4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뤄낸 베테랑이면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자기 일만 충실히 하는 자로 명망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대선 캠프를 꾸리며 "자아(ego)는 문밖에 두고 오라"고 경고하고, 내부 경쟁이나 분열없이 선거를 승리로 이끈 공로자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 연설을 할 당시, 연단 중앙에 와일스를 불러 치하하면서 "우리는 그녀를 ice baby라고 부른다" 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참모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를 묘사한 말 중에 제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수지는 뒤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요즘 큐티를 하면서 대조되는 두 인물이 사무엘과 이스라엘 초대왕 사울입니다. 사무엘은 뒤에서 일하는 자였습니다. 사울왕은 이미 겉모습부터 눈에 띄는 자였습니다. 사람들보다 어깨 하나는 큰 장신이었습니다. 이력서상 완벽에 가까운 자였습니다. 당연히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익숙했고, 좋아했던 자였습니다. 그러나, 자기보다 앞서 나가는 다윗을 시기심에 죽이려 했던 사울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결코 탁월하지 않았던 엘리 제사장 밑에서 순종하며 수업을 받았던 사무엘은 뒤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늘 겸손했던 그는 결국 하나님께서 전면에 내세우는 사사요,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 역시 앞에 나서는 것을 늘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누군가가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면, 저는 항상 2라고 대답했습니다. 1등 되는 것도 힘들지만, 1등이 받는 관심과 주목이 부담스럽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나서서' 설교하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장 부자연스러운 모습인 듯 합니다. 지금도 설교가 아닌 다른 장소나 다른 상황에서는 앞에 나가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편입니다. 어느 단체나 기관에 '장'을 맡으라는 요청이 수도 없이 쇄도하지만 지금까지 고사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자격도 없지만,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은사는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인지, 베델교회에 담임목사로 전면에 내세워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뒤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뒤에만 있지 않도록 책임을 지우시는 하나님 앞에 순종하여 지금까지 베델교회 담임목사로 전면에 나와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