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추모비(기림비)를 놓고 일본 정부가 철거를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 추모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생트집을 잡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한인유권자센터(KAVC)와 팰리세이즈파크시 등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소속 중의원 4명은 이날 기림비가 설치된 한인 밀집지역 팰리세이즈파크를 방문, 시 관계자들에게 기림비에 대해 항의했다.


일본 의원은 케이지 푸루야, 이치로 츠카타, 에리코 야마타니, 나오카즈 다케모토 등으로, 모두 자민당 내 북한의 일본인납치문제위원회 소속이다.


이들은 제임스 로툰도 팰리세이즈파크 시장 등에게 기림비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한국에서 이 이슈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가 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또 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군대가 아니라 민간인 업자가 운영했고,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억지를 썼다.


이들은 이어 미국 내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미국과 일본 관계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기림비에 새겨진 당시 위안부의 숫자가 20만명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툰도 시장은 기림비는 한국인들이 세운 것이 아니라 미국 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졌으며 시 의회에서는 충분한 자료와 역사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입증한 후에 건립했다고 반박했다.


로툰도 시장은 이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려면 근거 있는 자료나 데이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자리에 참석한 팰리세이즈파큭시의 행정관은 대화 도중 그 자리에서 태블릿PC로 일본 외무성의 홈페이지에 접속,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인정하고 사과했던 내용을 보여주면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자민당 내 북한일본인납치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푸루야 위원장은 "이는 과거의 입장이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성의원 야마타니는 당시 군대 위안부의 대다수는 일본여성이었으며 다른 나라 여성은 아주 소수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림비를 제작한 화가 스티브 까발로 씨는 "십수년동안 위안부 문제를 연구했고 모든 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대화하면서 모든 것이 진실임을 확신했다"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권자센타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일본 정부에 이어 자민당 내 거물급 정치인들까지 직접 나서는 것을 보면 기림비를 철거하겠다기보다는 미국 내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분쟁을 만들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히로키 시게유키 주미 뉴욕총영사와 나가세 켄수케 정무담당 부총영사는 지난 1일 팰리세이즈파크 시청을 방문, 도서관 앞에 건립된 기림비가 양국 관계증진 프로그램에 중대한 걸림돌이 된다며 `철거'(remove)를 요구한 바 있다.


일본 측은 기림비를 없애는 대가로 벚꽃길 조성을 위한 벚나무 지원과 도서관 장서 기증, 미일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 신설,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거액의 투자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팰리세이즈파크의 기림비는 미 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한 지 3년여 만인 지난 2010년 10월23일 한인유권자센터를 주축으로 진행된 미국 동포들의 풀뿌리 시민운동 결과로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