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마약사건으로 연행된 20대 대학생이 쇠고랑을 찬채 비좁은 독방에 갇혀 나흘간 방치됐다가 자신의 오줌을 먹고 겨우 목숨을 구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분교 재학생인 대니얼 정(Daniel Chongㆍ23)씨는 지난달 20일 친구 집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들이닥친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에 의해 다른 8명과 함께 끌려갔다.
DEA는 현장에서 1만8천정의 엑스타시 정제와 다른 마약류, 무기를 발견하고 정 씨 등을 체포했다. 다만 정 씨를 신문한 DEA 요원은 용의점이 없어 곧 풀려날 것이라며 그에게 서류에 사인하게 한 다음 수갑을 채워 창문도 없는 독방에 가뒀다.
그런데 자신을 바로 석방한다는 게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자 정 씨는 목청껏 소리를 치고 감방문을 발로 찼다. 그래도 인기척이 없어 정씨는 이로 상의 재킷을 찢어 문틈으로 밀어내 누군가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시간이 흘러 배가 고파오면서 정 씨는 감방에 있는 하얀 가루를 먹었다. 이건 나중에 메탐페타민 (각성제)로 확인됐다. 날이 바뀌면서 정 씨는 전날 먹은 메탐페타민 때문에 환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등이 나타나 벽을 뚫어 물을 찾으라고 하는 환청에 벽을 뜯고 플라스틱 내장재를 갈가리 찧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이 들면서 정 씨는 아무래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해야만 살아남을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붙인 말처럼 '생존 모드(survival mode)'에 들어간 그는 자신의 오줌을 먹고 헛수고를 끝나긴 했지만 물을 더 얻을 목적으로 독방 천장의 진화용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기 위해 옷가지와 담요를 쌓아놓고 수갑을 찬 손을 움직여 불을 붙이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이런 필사적인 노력이 무위로 끝나고 며칠이 되자 정 씨는 이젠 속절없이 죽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다. 그는 탈수증으로 서서히 죽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앉아있는 정 씨의 환각증세는 점차 심해졌고 숨도 가빠졌으며 마실 오줌도 바닥이 났다. 정 씨는 마지막으로 빨리 죽게 해 달라고 악을 썼다.
그때 돌연 불이 켜지고 당황한 얼굴의 DEA 요원들이 감방문을 열어젖뜨리며 "당신 누구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요"하고 소리쳤다. 목숨을 구한 정 씨는 극심한 탈수증과 신장이상, 경련, 식도천공으로 닷새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몸무게도 6.8kg이나 빠졌다.
UCLA 메디컬센터의 월리 구라비 박사는 탈수증에 걸리면 보통 3~5일 사이에 사망할 수 있다며 정씨의 경우 현명하게도 자신의 소변을 먹을 생각을 해서 변을 당하는 걸 모면했다고 지적했다. 다소 원기를 찾은 정 씨는 2일 AP와 인터뷰에서 이런 불법적인 일이 자신에게 생긴 데 어처구니없어하면서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DEA 측에서 한 사람도 개인적으로 직접 사과하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정 씨의 변호사는 같은 날 의뢰인이 겪은 일이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상 고문죄에 해당한다며 DEA를 상대로 2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DEA 샌디에이고 지부장 윌리엄 셔먼은 언론발표문을 통해 이번 사건에 정말 당혹했다며 관련 절차와 조치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