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워싱턴 히든 스프링스에서 한 입주예정자가 지나치게 호화스러운 저택을 지으려고 해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한다는 새 저택은 석조 기둥과 아치형 창문, 곡선 형태의 지붕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내부에는 침실 5개에 차고 2개, 엘리베이터, 수영장이 마련된다. 저택의 가격은 1천500만달러에서 2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호화저택을 건축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전통적으로 절제된 미를 추구해 온 히든 스프링스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지역 주민이자 미국 최대 신문그룹인 가네트사의 전 최고경영자(CEO) 크레이그 듀보우는 이번달 초 저택 소유주와 건축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크레이그 듀보우는 새 저택이 숲이 우거진 마을 경관을 망칠 것이며, 이는 소박한 마을 분위기를 유지하자는 이웃 간 약속을 어기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저택의 주인은 수면장애센터 6개 지점을 소유한 39세 여성CEO다. 이 부촌에는 테드 올슨 전 법무차관 등 기업CEO, 투자은행가, 공직자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주로 거주해 이 여성을 대단한 인사로 여기지는 않는다.
워싱턴 부촌은 예로부터 부를 공공연하게 과시하는 것을 꺼려왔다. 히든 스프링스에서는 1960년대 처음 마을이 생길 때 전원적인 분위기를 보존하기 위해 주민 간 협약도 마련했다.
이 지역 주택들은 보통 230㎡(70평)에서 1천400㎡(420평) 규모다. 그러나 새로 지어질 저택 규모는 2천300㎡(700평)에 달한다.
이웃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저택 소유주의 변호사인 에드워드 캐머런은 자신의 의뢰인이 마을 주민의 뜻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이웃 간 협약이 자신의 의뢰인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은 또 "지역 주민들이 갖는 불만이 질투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도 말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10년 사이 신부유층과 국제 경영 엘리트들의 주도로 고급저택 신축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부유층과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높은 경제 수준에 마음이 끌려 워싱턴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