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이자 시민운동가인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지난 몇 달 동안 그 누구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작년 말에는 한국시민단체협의회(이하 시민협)를 창립했고, 한 주일에 한두 번씩 ‘서경석의 세상읽기’라는 글을 써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올해 3월 초에는 제주도에 내려가 1천3백명의 시민들과 함께 제주해군기지건설 촉구대회를 가졌고, 핵안보정상회의 때는 성공 기원집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두 달 동안 매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집회를 개최해왔다. 그리고 총선에 임박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파후보 단일화 운동을 전개해 왔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부에 들어갈 생각도 없다”는 그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보여온 이유는 무엇일까. 서 목사는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11 총선 다음날인 12일 오후, 서경석 목사를 만나 현 시국에 대한 견해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총평,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종북좌파의 점령 저지, 하나님께서 지켜주신 것

▲지난 몇 달간 쉼없이 애국운동을 벌여온 서경석 목사는 현 시국과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김진영 기자

-이번 선거 기간 동안 그 어떤 목회자들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여름부터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굉장히 위험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여당의 여러 잘못들로 말미암아 이번 총선에서 종북좌파세력들이 국회를 점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하며 수많은 이들을 굶겨 죽이고 인권 탄압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평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로 우리나라를 위협하며,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3족을 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고 참혹한 나라다. 이런 상황인데도 종북 세력들에게 국회가 넘어간다면,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나라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만 매달렸다.”

-총선 직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글을 쓰시게 된 동기는(서경석 목사가 써서 자신의 회원들에게 보낸 이 글은 본지 칼럼란에도 게재돼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글에서 서경석 목사는 친북좌파였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지금은 왜 보수가 되었는지,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편집자 주).

“며칠 전 한 조그만 중소기업 대표가 내게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한국의 시민운동에 대해 2시간 반 동안 강의했다. 주로 제 인생에 대한 스토리 텔링이었다. 청중들이 대부분 2, 30대였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니 모두 내 생각을 100% 이해하고 자신들이 가졌던 좌편향적 생각들을 완전히 바꿨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대학들을 순회하며 이 내용들을 강연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에 앞서 강연의 요지를 정리해 회원들에게 메일로 발송했다. 그러자 글을 읽은 분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뜨거웠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많은 분들이 그 글을 퍼나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투표일보다) 한 열흘쯤이라도 더 일찍 쓸 것을 그랬다(웃음).”

-선거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진보 정당들의 압승이 예상됐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반대였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총평하신다면.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생각보다 큰 충격을 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막말의 수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것을 당 지도부가 사퇴시켜서 조기 수습했어야 했는데, 나꼼수 세력이 두려워서 그냥 가는 것을 보고 ‘좌파 세력이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한 국민들이 굉장히 많았을 것이다. 특히 김용민 후보가 기독교를 조롱하는 모습에 기독교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그것이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줬으리라고 본다. 또한 좌파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오판이고, 무리였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도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조차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좌파들이 국회를 점령하는 사태를 막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덕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새누리당의 경우 좌파들의 오만, 독선, 무리수, 상식 밖의 좌클릭에 의한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 승리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굉장히 겸손해져야 하고, 시민사회와 보다 더 소통해야 하며, 수도권에서 참패한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하여 뼈를 깎는 자정을 해야 한다.”

기독당, 비록 실패했으나 긍정적 영향도 있었다
교회가 나라 지키는 일에 중심 되는 것 자각 중


▲서경석 목사는 총선 하루 전날 기독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입장을 밝힌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진영 기자
-기독당(기독자유민주당)이 정당 득표율 5위를 차지했으나, 불과 1.2% 정도의 지지에 그쳐 원내 진입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기독당의 실패를 교회의 실패로 보면 안 된다. 기독당이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기독교인들의 애국심 부족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키는 일이 꼭 기독당을 통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기독당은 해산하게 됐으니, 이제 조금 시간을 가지고 천착(穿鑿)의 시간을 가지면서 기독교의 사회 참여 방식에 대해 다각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그동안 기독당의 움직임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영향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교회들이 나라의 좌편향을 많이 걱정해왔기에, 그것이 기독당 운동으로 분출된 측면이 있다. 다만 현재 기독당의 틀이 그것을 성공적으로 분출하기엔 여러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많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나라를 지키는 일에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을 점점 더 자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중국대사관 앞 집회다. 이것을 지금까지 두 달째 매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절대로 쉽거나 몇몇 운동가들의 노력에 의해 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의 성원과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지금까지 참가자들 중 70% 정도가 기독교인이었다. 그리고 스님은 4명, 가톨릭 신부님은 1명, 개신교 목사님은 1,000명 이상 참석했다. 지금 이 집회는 그야말로 기독교인들의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곧 부산에서 ‘생명버스’ 5대에 200명의 목사님들이 타고 올라와서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한다. 한기총 산하 교단들과 통합 산하 노회들도 돌아가며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정치적으로도 마치 이명박 정부가 전쟁을 하려 하는 것처럼 선동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발휘했다. 지금 한국교회밖에는 믿을 데가 없다.”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는 통일로 직결되는 운동

-올해 말 대선이 남아 있고, 한국교회가 대내외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시기다.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안타까운 것은 한기총이 분열을 겪으면서 기독교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조직화할 통로가 사라졌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만이라도 힘을 모으려고 ‘북한인권기독인연합’ 창립을 준비 중이다. 이것이 잘 되면 나라를 좌파로부터 지키는 애국운동에 교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독교가 나라의 종북좌파화를 방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파 정치세력의 부패와 안일에 대해 비판을 해야 한다. 특히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수구 세력에 대해서는 준엄한 비판을 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다할 때 온 국민이 교회를 존경할 것이다.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운동은 일제시대 3.1운동과 7, 80년대 민주화운동에 이어 세번째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 중요한 운동이다. 중국의 여러 인권 이슈들 중 티벳, 위구르, 파룬궁 등의 문제는 체제를 건드리지만, 탈북자 문제는 그렇지 않다. 이 운동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켜나가서 마침내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시킨다면, 바로 거기서부터 통일이 시작될 것이다. 즉 탈북자 북송저지운동은 통일로 직결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이 성공하면 더 이상 종북좌파들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가톨릭이나 불교의 경우 이 운동을 하면 중국 정부에 자극을 줘서 탈북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상한 논리 때문에 지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이 민족의 장래가 전적으로 개신교의 어깨 위에 있다. 그러니 우리 한국교회가 기필코 이 운동을 성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교회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소위 ‘나꼼수 세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저질이고 비열하고 파괴적이고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전부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 그래서 그 점은 아주 다행스럽다. 결국은 거짓 세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독교 안에서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이 참 큰 문제다.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 교회 안에 보수도 진보도 있다 보니, 아예 구설수가 될 말은 일체 하지 않는다. 탈(脫)역사적 도피를 하는 것이다. 그건 잘못됐다.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는, 그런 교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