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가장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前)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러시아를 미국의 '공적 1호'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롬니는 26일(미국 동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열린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양자회담 결과에 대해 논평하면서 "현재 이란이나 북한이 아닌 러시아가 미국의 지정학적 적"이라면서 "러시아는 항상 세계에서 가장 나쁜 국가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가 대선 뒤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더 큰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비우호적 존재"라며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더 큰 유연성을 추구하겠다고 한 것은 아주 우려스런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의 지정학적 적 제1호"라고 주장했다.

롬니 후보는 CNN 방송 진행자가 '진실로 러시아를 미국의 공적 1호라고 믿는가'라고 거듭 묻자 "이 나라(러시아)는 가장 나쁜 세계의 도박사들과 같은 편에 서 있으며 당연히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의 핵은 아주 큰 문제이며 이 무시무시한 체제들은 자신들의 노선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을 멈추게 하기 위해 유엔으로 가면 그곳에서 이 나쁜 체제들을 보호해 주는 것은 항상 러시아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롬니의 발언에 대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를 미국의 적이라고 하는 주장은 최근 몇년 동안 미-러 양국 관계 성과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럽지 못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도 발끈하고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뒤 연 기자회견에서 "모든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구성할 때 논리적 근거들을 대고 머리를 이용할 것과 시계를 쳐다볼 것 등 최소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며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닌 2012년"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공화당 후보들이 미-러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식의 사고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선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정치 투쟁의 필요성이라는 구체적 상황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이 선언한 (러시아와의) 협력관계 추구의 진정성을 말이 아닌 구체적 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