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현대인의 가장 큰 불행은 피상성"이라고 말했다. 지식과 정보, 경제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가운데, 삶의 목적이 물질, 명예, 안정 등이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그 목표를 위해서만 살아가고 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지으신 하나님의 형상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죽어가는 영혼들을 보게 된다.

세간에서는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의 범행자 조승희 군이 불우한 가정환경, 우울증, 비상식적인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이므로 그와 같은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현상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을 보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조승희가 나올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버지니아 공대 참사의 본질적인 원인은 내 안에도 깊이 내제된 죄성때문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묵상해야 한다. 그의 죄를 동일하게 회개하며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라고 고백했던 사도 바울과 같이 그리스도와의 믿음으로 연합된 삶을 살고자 참회의 기간을 걸어가야겠다.

이와 함께 영혼을 치유하는 '관계성의 부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미국내에서는 대학 캠퍼스에서 우울증과 스트레스, 술과 약물 과다복용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 총기난사사건 등 날마다 참담한 사건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발간된 ‘정신병자들의 대학’이라는 저술에서 하버드대학 정신건강연구소장인 카디슨 박사는 전체 미국 대학생의 절반 가량이 대학 재학 시절 심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고, 10명 중 1명은 심각한 자살 충동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내면적이고 영적인 문제점들을 치유해 줄 수 있는 통로가 꽉 막혀있다는 것이다.

학교, 가정, 직장, 교회 어디에서든 모두들 잘 치장한 모습으로만 서로서로를 대한다. 얼마나 더 가졌는가, 얼마나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가라는 잣대로만 상대방을 판단한다. 참된 지성과 인성, 영성은 저 어두운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 올바른 판단기준을 회복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몫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형상을 다시 찾도록, 물질 위주의 잣대를 가진 이들에게 영성의 진정한 가치를 보게 하도록, 또 죄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넘어 영원하고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를 보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존재 목적인 것이다.

버지니아 공대 참사는 특히 한인들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이 충격에서 벗어나 내 주변에 있는 '조승희'와 같은 이들을 간절히 찾으시는 주님의 손길로 인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