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워싱턴=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은 지난 23∼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진행한 3차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를 29일 오전 9시(현지시간.서울시간 오후 11시)에 동시 발표했다. 미국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등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영양(식량)지원을 골자로 한 6개항의 합의내용을 공개했다. 북한도 이날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 합의내용을 밝혔다.


미 국무부 성명은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핵화 이행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북한(DPRK)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과 우라늄농축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활동에 대한 유예(moratorium)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유예를 검증하고 모니터하며, 5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시설의 불능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 복귀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늘의 발표는 몇몇 사항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진전을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아울러 "우리는 영양지원 배분에 필수적인 집중적인 모니터 시스템을 바탕으로 24만t 규모의 영양지원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매듭짓기 위해 북한과 만나는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유사한 발표를 했으나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미고위급회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핵시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중지에 대한 IAEA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UEP를 '임시중지'했다는 것은 향후 상황에 따라 재가동 가능성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영변 UEP 시설은 평화적 목적의 핵이용을 위한 것이며, 이것이 증명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지할 수 있지만 가동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향후 재가동시 기술적 문제와 함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공회전' 방식을 제안했다고 고위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은 또 "미국은 조선에 24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고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쌍방은 이를 위한 행정실무적 조치들을 즉시 취하기로 했다"고 밝혀 미국 측의 옥수수 등 알곡 추가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측에 옥수수 5만t을 추가해 '총량 30만t 지원'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쌍방은 조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련의 신뢰성 조치들을 동시에 취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은 문화, 교육,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적교류를 확대하는 조치들을 취할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대조선 제재가 인민생활 등 민수 분야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며 향후 6자회담 재개시 대북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문제를 우선 논의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6자회담에서 제재해제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고 밝혀 이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고강도 대북제재가 포함된 결의안(1718호)을 통과시켰으며, 2009년 5월 2차 핵실험에서는 기존 제재를 강화하고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는 내용의 결의안(1874호)을 채택한 바 있다.


북미 양측이 합의내용을 동시 발표하는 등 양자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6자회담 재개흐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양측은 뉴욕 채널을 통해 ▲UEP 가동중단 방식 ▲IAEA 사찰단 방북시기와 대북 영양식 제공시기의 선후관계 조율 ▲IAEA 사찰단의 영변 현장 접근 범위 등 세부현안을 뉴욕채널 등을 통해 조율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미 양측이 주요 현안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게 중요하다"면서 "6자회담의 재개는 향후 양측의 세부협의와 남북관계 등의 진전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이며, 상반기중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