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애틀랜타의 한인 사우나에서 21일 저녁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참혹했던 상황'이 경찰 조사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 사우나를 개점 당시부터 애용해온 단골고객인 K씨는 그날 저녁 8시40분께 사우나 내에서 지압 마사지를 받으려던 참이었다.


K씨는 그때 갑자기 '뻥'하는 소리와 함께 사우나 주인인 강모씨(65)의 동서 김모씨가 피를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22일 전했다. 너무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추가 총격을 우려해 911에 신고부터 하고 김씨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총소리를 듣고 잔뜩 겁을 먹은 사우나 종업원과 고객들은 건물 밖으로 피신하고 있었다.


K씨는 "의사가 아니어서 피흘리는 김씨를 보면서도 제대로 대처를 못해 안타까웠다"며 "얼마 후 경찰로부터 김씨가 병원 후송 중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잃은 어린 딸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말했다. 주위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마사지 실을 나선 K씨는 사우나 내 네일숍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 강씨는 네일숍 안 사무실 의자에 앉아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해 있었으며, 강씨의 부인을 포함해 다른 3명은 네일숍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K씨는 지압을 받기 전 주인 강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 지압이 끝난 뒤 다시 얘기하자고 했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 안전순찰대원이기도 한 K씨는 "5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에 5명이 사망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10년을 알고 지내던 사람이 불과 5분 만에 죽는 모습을 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현지 노크로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백모씨가 이날 저녁 8시40분께 권총을 들고 사우나 건물 안으로 들어와 네일숍에서 대화 중이던 매형(강씨)에게 먼저 총을 쏜 뒤 총성을 듣고 달려온 누나와 여동생, 매제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씨는 가족들을 향해 총을 쏜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에 권총을 발사해 자살했다.


노크로스 경찰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용의자가 미리 계획을 세우고 표적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씨도 "강씨가 순식간에 총을 맞고 즉사한 것 같다"며 "의자에 반듯이 앉은 채 숨져 있었고 저항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사우내 내부에는 20여명이 있었고 여러명이 총소리를 들었으나 용의자가 갑작스럽게 총격을 가해 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역 한인 언론인 `애틀랜타 중앙일보'에 따르면 강씨는 사건 발생 3주 전인 1월말 지인에게 "처남과 크게 싸웠는데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며 걱정을 토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사건 당일 아침에도 크게 다퉜다. 경찰이 입수한 감시카메라에는 백씨가 사우나에서 가족들과 다툰 후, 한 여성에게 쫓겨나는 장면이 찍혀져 있었다. K씨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