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중계방송에서 선보인 광고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찬양했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슈퍼볼 하프타임 때 내보낸 '미국의 하프타임'이라는 광고는 할리우드의 명배우이자 명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풋볼 코치로 나와 미국 국민들에게 경제 위기는 이제 극복되고 있다면서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다.
이스트우드는 "미국은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며 "미국에게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후반전이 남아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이스트우드는 "(크라이슬러 공장이 있는) 디트로이트가 이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광고는 2009년 파산 위기에 몰렸던 크라이슬러가 3년만에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빅3'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재기했듯이 미국 국민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광고에서 이스트우드는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대한 선전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힘겨운 여건을 이겨낸 크라이슬러의 재기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이라는 두가지 난관과 싸우는 미국 경제도 앞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역설한다.
자동차 회사 광고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나 대통령 선거 운동 영상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딜러 회사 오토네이션의 대표 마이크 잭슨은 "이스트우드가 마치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것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광고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보은 성격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오바마 행정부는 125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이 광고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린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선 캠프를 지휘하는 데이비드 엑설로드 선임 고문은 트위터에 "효과적인 광고"라고 은근한 칭찬을 보냈고 댄 파이퍼 백악관 공보실장도 트위터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회생시킨 정부에 동조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오바마 재선 캠프 대변인 벤 라볼트는 재선 캠프가 이 광고 제작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잘랐다.
크라이슬러 대변인 역시 이 광고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보은 아니냐는 로이터의 질문에 "광고는 광고일 뿐"이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