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남북관계는 사실상 남한 정부와 북한 통일전선사업부(통전부)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통전부 출신 탈북자의 말이다. 통전부는 대남공작부서들 중 대남정책을 기획하는 ‘두뇌 부서’로서 정치·경제·안보·민간교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남북관계를 총괄한다.

대남공작의 중추 ‘통일전선사업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우리민족끼리’.
통전부에서 간부로 일하다 수년 전 탈북한 장진성(2007)은 <북한의 통일전선사업부 해부>에서 통전부의 실체를 밝혔다. 통전부는 1977년 김정일의 직접 지시에 따라 신설되었다. 김일성은 남한 내 민주화운동과 통일 열망을 잘 접속시킨다면 대중혁명 방식으로도 적화통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민주화운동을 적화 공간으로 확대시키려면 보다 전술적인 유화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 내 민주화 역량을 지휘, 조종할 수 있는 지능부서가 필요했고, 전략전술을 별도로 수행할 당 주도의 대남 공작부서를 만들었다.

1979-80년대 통전부는 민주화운동을 폭력 혁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남한 내에 지도세력을 구축하고 대중을 상대로 고려연방제를 찬양하도록 선동하는 대남 심리전을 전개했다. 또한 정권 전복 차원에서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사건 등을 함께 기획하기도 했다. 한편 1990년대 말에 이르러 통전부의 전략은 ‘햇볕정책 역이용 전략’으로 급선회한다.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민족공조를 부각하며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쓴 다음부터는 이를 아예 통일전략으로 공식화해 2001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발표했다.

북한 용어사전에 따르면 통전부의 주 임무는 남북대화 주관, 조총련 등 해외교포 공작사업, 대남 심리전 및 통일전선 공작 주관, 국내 좌익권지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통일전선부에는 외곽단체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해외동포위원회,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범청학련(조국통일범청년학생연합) 등이 있다. 이들 외곽단체의 대부분은 북한의 대남선전에 활용되는 통일전선체들인 것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전국연합·통일연대·민중연대’의 ‘범대위’ 통해 시위 선동 지도


▲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 모습.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 모습.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주요 기능과 임무는 △남한 각계각층 인사 및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적화통일 실현투쟁 고취 및 선전활동 전개 △노동당의 통일 및 남북대화 정책을 대변하면서 실질적인 통일·대화업무 추진 △남한 내 주요사건 또는 새로운 정책 제시 때마다 ‘조평통 서기국 보도’ 등을 발표, 이를 비난하는 것이다.

북한의 <정치사전(사회과학출판사, 1973)>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공화국 북반부의 사회주의 력량과 남조선의 각계층 인사들을 망라하여 조직된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조평통은 2009년 7월7일 사이버테러 수단인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앞서 남한과 미국의 사이버戰 훈련인 ‘사이버스톰’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내기도 했었다.

조평통 산하에는 전교조, 민주노총, 범민련, 통일연대 등의 남한 단체 담당과들이 존재한다. 통전부는 이러한 조직들을 통해 남북협상에서 유리한 협상국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남한 내 여론 확산을 시도한다. 최근에는 한국 내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들을 흡수, 조종할 목적으로 담당과를 계속 신설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 등 현실문제와 결부시켜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전국연합·통일연대·민중연대는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소위 ‘범대위’라는 기구를 구성, 소요를 일으켜왔다. 2002년 여중생 범대위, 2004년 탄핵무효 범국본, 2005년 평택범대위, 2006년 FTA범국본 등이 모두 이들 단체 작품이다. 예컨대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現진보연대 공동대표)등은 이들「모든」 범대위의 대표를 맡았었다. 그간 각종 범대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사람들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각종 범대위의 공동대표
2002년 여중생범대위(11월30일 조직) 대표 : 오종렬, 한상렬, 홍근수(평통사), 단병호·천영세(민노당), 문정현
2004년 탄핵무효범국민행동(3월12일 조직) 대표 : 오종렬, 이수호(민노총), 문규현,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최열(환경운동연합)
2005년 10월 反부시국민행동 상임대표 : 오종렬, 정광훈
2005년 11월 전용철범대위 공동대표 : 오종렬, 한상렬, 정광훈, 문경식(전농), 권영길
2005년 평택범대위 공동대표 : 오종렬, 한상렬, 정광훈, 홍근수, 문정현, 문경식, 이정미(민노당)

북한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 친북단체 지도하며 남한 시위 선동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은 북한이 남한 내부의 자생적인 ’반(反)정부통일전선체’라고 억지주장을 펴는 조직으로, 인터넷 사이트 ‘구국전선’(www.ndfsk.dyndns.org)을 운영한다. 과거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여 남한혁명을 위한 당면 3대 투쟁목표인 ‘반미자주화투쟁’(주한미군철수), ‘반파쇼민주화투쟁’(남한 내 친북정권 수립), ‘조국통일투쟁’(연방제통일) 등을 수행한다.

김일성은 1961년 9월 11일 개최된 제4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남한에서 4.19라는 혁명적 정세가 조성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남한 혁명으로 유도하지 못한 근본요인이 남한 내 ‘혁명적 당’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남한 내 지하당 구축을 강조하는 교시를 내렸다. ‘지하당 조직’이란 남한사회 저변에 숨어서 정치(反정부·反체제 운동), 경제(노동운동), 사회문화(계급의식 고취·反美·親北 문화 조성) 분야에서 비합법, 비공개를 원칙으로 운동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지하에 숨어야 하는 만큼 핵심요인으로만 구성되는 두뇌 조직이다. 어느 정도 사회가 이완되면 半합법, 半공개로 전환하며 정세가 완전히 유리하게 전개되면 비로소 합법, 공개조직으로 변신하여 각종 단체 이름을 걸고 사회에서 대중적 활동을 한다는 것이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이다.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이 남한 내부의 자생적인 ‘반(反)정부통일전선체’라고 억지주장하는 ‘구국전선’(www.ndfsk.dyndns.org).
노동당의 이같은 전략에 따라 북한의 대남공작 지도부는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 등을 포섭해서 이들을 중심으로 남한 내에 새로운 형태의 독자적인 혁명당으로서 통일혁명당(통혁당)을 결성할 것을 지령했다. 그 결과 1964년 3월15일 ‘통일혁명당 결성준비위원회’를 결성했고, 통혁당 주모자 김종태는 운수업으로 위장해 통혁당의 조직을 주도하면서 前남로당원·좌파지식인·학생·청년 등을 대량 포섭했다.

이들은 결정적 시기가 오면 무장봉기해 수도권을 장악하고, 요인암살·정부전복을 기도하려 했으나 공안당국에 의해 일망타진됐다.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검거된 인원은 총 158명이다. 이들 중 73명이 송치(23명 불구속)됐는데, 김종태는 1969년 7월 사형이 집행되고, 이문규 등 4명은 같은 해 9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후 1970년 6월 1일 통혁당 중앙위에서 운영한다는 ‘통혁당 목소리 방송’이라는 대남흑색방송을 송출하기 시작, 20여 년 동안 대남혁명전선에서 활동했다. 북한은 1985년 8월 8일 ‘통혁당 목소리 방송’을 통해 ‘통혁당 중앙위’가 당의 명칭을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으로 개칭했음을 보도했다(‘북한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 사전검색 인용). 북한은 또 ‘통혁당 목소리 방송’을 ‘구국의 소리방송’(방송의 실제 발신지는 황해도 해주 남산)으로 개칭하게 됐음을 보도했다. 즉 통혁당이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새로운 대남혁명 전위조직인 한민전이 공식 출범한 것이다.

한민전의 태동으로 남한 내 좌익운동권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비밀리에 반입된 북한 관련 서적 및 복사본을 통해 학습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방송을 직접 청취하며 주체사상 및 남조선 혁명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했다. 구국의 소리방송을 통해 김일성대학 방송강좌, 주체사상교양강좌, 정치철학강좌 등 소위 ‘운동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한 좌익들은 이 시기 북한방송 청취내용을 수록한 지하 간행물을 제작-배포해 주체사상과 ‘한국사회 변혁운동론’(NLPDR)을 급속히 확산시켜 오늘날의 주사파를 형성하게 됐다. 한민전은 인터넷 사이트인 ‘구국전선’(www.ndfsk.dyndns.org)을 운영하며, 남한 내 친북좌익 운동권을 지도해오다가 2005년 3월23일 ‘반제민전’(반제민족민주전선)으로 개칭했다.

오늘날 반제민전은 구국전선을 통해 미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反정부 과격 시위를 선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제민전은 “친미보수세력의 정권탈취음모라는 발악적 준동을 분쇄하라”며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이 하루빨리 反보수대연합을 이룩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1월 FTA체결반대를 내걸고 민주노동당·민주노총·전국연합·민중연대·통일연대 등 좌파들의 대규모 연합체가 출범했다. 그런데 실제 연합체는 2002년 효순이·미선이 촛불집회와 지난 11월22일 FTA반대 전국폭동을 일으킨 이들이 주동하고 있다. 반제민전은 또한 2009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일명 광우병 폭동)를 다음과 같이 선동했다.

반제민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선동

2009년 5월 3일
“5.18을 계기로 反이명박 투쟁을 최대로 폭발시키라. 청계광장에서 대중적인 촛불투쟁으로 리명박 징벌의지를 힘 있게 시위하자! 부산, 대전을 비롯한 경향각지에서 5월투쟁의 봉화를 세차게 지펴 올려 이 땅이 반리명박투쟁의 도가니로 끓어번지게 하자! 우리의 투쟁목표는 극악한 매국역적 리명박의 퇴진.
리명박 퇴진 투쟁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주역은 로동자대중, 반민중적인 악정으로 근로대중의 삶을 최악의 고통 속에 몰아넣은 <강부자 정권>을 로동자의 무쇠마치로 박살내자!”

2009년 5월 12일
“이명박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미국 쇠고기를 마구 끌어들이도록 함으로써 미국상전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이 땅의 경제와 국민의 생명도 서슴없이 팔아먹는 더러운 친미주구, 극악한 민중의 원수로서의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놓았다… 각계 민중은 이명박 역도를 그냥 두고서는 전쟁의 위협과 함께 광우병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명심하고 반역집단을 단호히 매장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 높이 더 힘차게 지펴 올려야 할 것이다.”

2009년 5월 13일
“광우병 소고기수입 반대투쟁은 민생과 反美·反이명박이 하나로 연결된 중요한 투쟁이며 이명박 정권과의 첫 투쟁이다. 여기서 밀리면 파쇼체제의 등장이 눈에 선하다. 민중이 만들어준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패당을 그대로 두고서는 이 땅의 자주적, 민주적발전도, 남북관계의 전진과 조국통일도 기대하기 어렵다.”

2010년 10월 천안함 사건 이후에는 남한 전체 국민들에게 보내는 ‘격문’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한나라당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격문은 “이명박 패당은 천안호 침몰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억지로 날조해 민심을 오도하고 ‘안보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선거’ 국면을 역전시켜 보려고 어리석게 획책하고 있다”면서 “(남한의) 전국민은 단합된 힘으로 파쑈와 전쟁에 환장이 된 실용 독재세력을 심판하고 자주, 민주, 통일운동의 새로운 교두보를 쟁취하기 위해 총궐기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제민전은 또한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왔다. 2004년 지령문 발췌를 보면 이러한 성향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반대투쟁은 제2의 반미투쟁이다. 사대매국·미국추종, 6·15 반대·민족대결 고취, 파쇼본당·반민중세력의 대표체인 한나라당은 한국 정치의 암적 존재이다. 미국은 한나라당을 내세워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면서 6·15 공동선언의 이행과 진보개혁을 거세게 막아 나서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것도 한나라당이고,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반대하는 대표세력도 한나라당이다. 6·15 공동선언을 특검의 칼날 위에 올려 세운 것도 한나라당이요,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가로막고 민족대결을 고취하는 대표세력도 한나라당이다. 정치개혁과 민생입법을 가로막는 것도 한나라당이요, 노동자, 농민들에게 파쇼폭력을 선동하는 것도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 존재하는 한 한국 정치는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으며, 민중생활은 단 하나도 나아질 수 없다. 反한나라당 연합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 이러한 지령은 구체화된 행동으로 나타난다. 지난 서울 시장 선거 당시 반제민전은 구국전선을 통해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연재 글에서 “부패왕초 나경원은 현 보수당국의 정책 작성을 비호해 온 최 측근으로 부동산 투기 등의 사기와 협잡으로 40억대 재산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유사하게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전국민에게 격함’이란 글에서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과거 군부 파쇼독재자들이 상투적인 위기탈출용으로 써 먹던 케케묵은 ‘북풍’자작극”이라고 비난했었다.

/명화연 대표(서울대 북한우리, 월간 Jesus Arm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