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 공화당 대선레이스에서 대권주자를 가장으로 둔 자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선 초반 최대 분수령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19일 이들은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의 민심을 붙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금기시되는 후보 자녀들의 선거활동은 가족 중심 사회인 미국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번만큼 선거운동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미국 정가의 반응이다.
2세들 중에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아들들이 극성맞기로 유명하다. `파이브 브라더스(Five Brothers)'라는 별칭까지 생긴 다섯 아들은 생업을 접고 아버지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4년 전 과도한 선거활동으로 눈총을 받았던 터라 이번에는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만 새해 벽두 경선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자 만사 제쳐두고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다섯 아들은 마트에 들러 유권자들과 패스트푸드를 같이 먹는 등 롬니 전 주지사의 귀족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런 친서민 행보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이 하버드대 MBA 출신과 의사 등 이른바 상위 1%를 점령하고 있는 고소득층인 탓이다.
세번 결혼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슬하에 두 딸을 뒀지만 다섯 아들을 둔 롬니가 부럽지 않다. 첫 부인과 사이에 낳은 두 딸 케이시와 재키 쿠슈먼은 아버지에게 자식이라기보다 정치적 동지와 가깝다. `깅리치 커뮤니케이션' 회장인 케이시는 동생 재키와 함께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하며 선거현장을 누비고 있다.
특히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재키는 깅리치의 `방어망'으로 유명하다. 생모인 재키 배틀리가 1984년 워싱턴포스트(WP)에 "4년 전 수술을 받고 병상에 있을 때 남편이 딸들과 찾아와 이혼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이 이번 경선 국면에서 쟁점이 되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키 쿠슈먼은 "이혼은 어머니가 수술을 받기 전에 먼저 요구한 것이고 병문안 갔을 때 이혼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지역 언론에 "승부는 깅리치로 기울어졌다"고 주장하는 등 롬니 대세론을 차단하는데 총력전을 폈다.
론 폴 텍사스주 하원의원과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역시 자식 덕을 보는 경우다. 폴이 낳은 자녀 5명 중 셋째 아들인 랜드는 켄터키주 상원의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연방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미국 건국 이래 최초. 랜드는 정통 보수주의자들의 모임인 티파티를 이끌면서 아버지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샌토럼의 경우 7명의 자녀를 둔 사실이 그가 선거모토로 내세우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맞아떨어지면서 돌풍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낙마하긴 했지만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도 20대인 세 딸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인간적 냄새를 풍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보 자녀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것은 소통수단의 발달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실시간 전파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