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기총 21개 회원교단 및 10개 회원단체 명의로 “한기총 집행부의 파행을 규탄하며, 정상화를 진심으로 염원합니다”라는 제하의 성명이 발표됐으나, 본지 확인 결과 명단에 포함된 교단·단체의 반수 이상이 이에 동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한 교단·단체들 중에서도 성명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교단 총무는 이 성명에 대해 “교단의 공식 입장과 전혀 관계 없다”며 “어떤 경위를 통해서 우리 교단이 명단에 포함됐는지 확인한 뒤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B단체 총무 역시 “이미 명단에서 빼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C단체 총무는 “그런 성명서가 발표된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동의는 했지만 교단이 아닌 개인 차원의 입장이거나, 성명서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몇몇 교단 혹은 단체 관계자들은 성명서 중 “요구사항이 실행되지 않을 시 행정보류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D교단 총무는 “총회장이 공동대표위원장으로 포함돼 있던데, 본인과는 전혀 논의한 바도 없고 임원회 등 공식석상에서 논의한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E단체 총무는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성명이라기에 이름을 쓰도록 허락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이번 성명은 불과 몇몇의 특정 개인 혹은 교단(단체)가 주도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무리하게 명단을 늘려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성명 작성 과정에서 위장 모임을 가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성명 발표를 주도한 이들은 지난 12월 30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송년 모임 및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대책 교단장 모임’을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엉뚱하게 본래의 목적과 다른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 소집은 은밀히 이뤄졌으며, 기자들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됐다.
F교단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한기총에 대한 성토만 늘어놓아 황당했다”며 “그 모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번 성명 명단에 우리 교단도 포함시킨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한기총은 이번 성명과 관련, 각 교단 및 단체들의 공식 입장을 확인한 뒤 정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