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FP·AP=연합뉴스) 미국 여성들은 5명 중 1명꼴로 성폭행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1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는 성폭행 실태가 지금까지 조사되거나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CDC는 2010년 여성 1만여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규모나 정확도면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조사에서 조사대상의 18.3%가 성폭행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CDC는 성폭행을 강간, 강간미수, 약물 및 알콜을 동반한 강간으로 정의했다.
여성 성폭행 피해자의 51%는 전·현 배우자 및 파트너 등 "가까운 성적 상대"에 의해 공격을 당했다고 대답했으며 40.8%는 이들을 제외한 '아는 사람'에 의해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또 CDC가 이번 조사가 실시된 해의 직전 해인 2009년 성폭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 130만여명이 강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무부가 발표한 2010년도 범죄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강간 및 성적 공격 피해 사례 18만8천380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보건담당 비서인 캐스린 시벨리우스는 "이번 조사는 획기적인 것으로 이 폭력이 수백만명의 미국인 삶에 얼마나 파괴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자에 의한 폭행 및 성폭행에 대한 전국 조사를 계속해 가정폭력 및 성폭행을 줄일 수 있도록 오바마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최대 성폭행예방단체인 강간·학대·근친폭력예방전국네트워크(RAINN)의 스콧 버코비츠는 일생을 기준으로 한 이번 성폭행 실태조사 결과가 다른 조사들에서 나타난 수치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더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미 법무부 조사 결과와는 너무 다르다"며 "이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성폭행이 거의 모든 미국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폭력이자 범죄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남성은 71명 중 1명이 성폭행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27%는 10세 이전에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에 성폭행 실태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성폭행에 대한 정의, 조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