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한인 호스트바 마담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애틀랜타 경찰이 한국의 독특한 밤문화를 이해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특히 호스트바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에서는 여성전용 스트립바가 있는 서부 라스베이거스 외에 남성이 여성에게 술이나 성접대를 하는 호스트바라는 업태를 여간해선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애틀랜타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일요일에 술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200년 만에 폐지될 만큼 매우 보수적인 곳이다.
미국 최대의 기독교 교파인 남침례교 등 개신교 교파 본부와 초대형 교회가 많아 바이블벨트로 불리는 이곳에서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색다른 `밤문화'를 즐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골머리를 앓던 애틀랜타 경찰은 결국 12일 이 지역 한인사회 관계자들에게 "호스트바가 좋은 곳이냐, 나쁜 곳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경찰 측은 "호스트바라는 곳을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웃지못할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애틀랜타의 한인 밀집 지역인 덜루스 한인 상가 앞에서 호스트바 매니저인 고모(32)씨가 괴한의 칼에 찔려 숨진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사건 수사팀과 만난 한 한인 동포는 "경찰이 호스트바 종업원들의 증언을 사실로 받아들일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더라"며 "경찰 입장에서는 그들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별하는 게 사건 규명에 무엇보다 중요한데 호스트가 워낙 생소한 직업이다 보니 감을 못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애틀랜타에서 한국 사람 하면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신앙심이 뜨겁기로 유명하다"며 "경찰에 뭐라고 말은 해주고 싶지만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어서 실로 난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인인구가 로스앤젤레스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애틀랜타에 한인 여성 대상 호스트바 3곳이 영업 중이고 룸살롱이 무려 20개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한 한인 변호사는 "애틀랜타는 한인 목사가 개척한 교회가 공식적으로만 200개가 넘지만 룸살롱 수도 LA만큼 많다"며 "이번 일로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틀랜타 경찰은 고씨가 숨진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하고 주점 안팎에 있던 인물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