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직 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FTA 비준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이는 가운데 법원이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다음날 삭제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대법원은 이 판사가 글을 올리게 된 경위와 내용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해당 판사를 오는 29일 열리는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사적인 공간의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전파가능성이 크다는 특징도 있다"며 "윤리위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과 함께 게시글의 표현과 내용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판사는 이날 "판사가 사회적 현안을 말하려면 법복을 벗으라고 하는 것은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공직자를 바라는 권력층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며 "공공기관이 공동체의 정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판사도 이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새로 올렸다.
이 글에 대해 법관들 사이에서는 "정치활동이 아닌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법관에게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의견과 "SNS 이용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쓴 글은 사적영역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으로 봐야 하고 한쪽에 치우친 의견을 내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의 처신으로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엇갈렸다.
법관 400여명을 회원으로 둔 사법정보화연구회(회장 노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18~19일 충남 천안에서 `SNS와 집단지성 시대 법원의 변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판사의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하는 경우', `판사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메시지를 보여주는 경우' 등 오해 소지가 있는 사례가 언급됐다.
참석자들은 법관의 SNS 사용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