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 AP=연합뉴스) 파격적인 광고로 주목을 받아온 의류업체 베네통이 불편한 사이인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입맞춤하는 장면을 합성사진으로 연출해 낸 광고 캠페인을 선보여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16일(현지시간) 선보인 베네통의 '언헤이트(Unhate)' 광고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그리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등 정치적으로 대립해 온 지도자들이 입맞춤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환율문제와 아시아 경제 패권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고 남북한은 반세기 넘도록 분단된 상태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최근까지도 공습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광고는 더 충격적이다. 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슬람교 사원인 알-아즈하르의 그랜드셰이크(최고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엘-타예브가 입맞춤하는 합성사진도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베네통은 이번 광고가 화해의 상징적 모습이며 사랑과 관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황의 입맞춤 장면을 담은 사진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면서 교황청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베네통은 이 광고 사진을 철회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신부는 이번 광고가 신도들의 종교적 정서를 해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속임수며 "교황에 대한 존경이 결여됐다"고 비판하고, 교황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베네통은 바티칸의 항의가 있은 지 한 시간 만에 성명을 통해 신앙인의 정서를 해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해당 사진을 이번 시즌 광고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회수에 들어갔다. 베네통은 이전에도 에이즈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장면 등 파격적인 광고로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