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 대학생들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등록금이 비싼 우수한 사립대학 대신 저렴한 공립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학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 불이행 비율이 증가하고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의 많은 학생이 빚을 내 엘리트 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저렴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 대니얼 슈워츠(18)는 코넬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등록금이 공짜인 뉴욕시립대학의 매콜리 어너스 컬리지에 진학했다.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부담할 수는 있었지만 수업료가 4만5천달러를 웃도는 의과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 있는데다, 단지 학사 학위를 위해 비싼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회사인 샐리메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간 가계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인 가정의 학생들 가운데 22%는 공립이나 2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학 교육에 들어간 총 비용은 모든 소득계층에서 지난해에 비해 2% 감소했고 특히 고소득 가정은 무려 18%를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우수한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구직자들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 대학의 등록금이 매우 비쌀 뿐 아니라 채무를 빠르게 증가시킨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올해 졸업한 학생들의 평균 부채는 2만7천20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처럼 우수한 학교 대신 등록금이 싼 공립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에는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상위대학의 학위가 여전히 취직이나 대학원 진학에 더 유리할 뿐 아니라, 공립대학에 학생들이 대거 몰리면 필수 수업을 제때 듣지 못해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슈워츠 역시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오면 대학원 진학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학교생활에서 계속 실망하고 있지만, 그가 내린 결정에 타협하기로 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은 돈이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