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시(市)의 청소년 노숙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비영리 언론매체 '시카고뉴스코퍼레이티브'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시카고 교육청(CPS) 관할구역 내 노숙자 학생 수는 지난해 보다 16% 더 늘어난 1만660명에 이른다.
이 중 가족과 떨어져 친구나 친척 집을 전전하는 경우가 90%, 쉼터 등에 머무는 경우가 9%였다. 특히 17%는 성인 보호자 없이 지내고 있었고 동거인 없이 혼자 사는 청소년도 1천773명이나 됐다.
'노숙자를 위한 시카고 연합(CCH)'의 패트리샤 닉스-호데스 사무관은 "노숙 사실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노숙자 학생 수는 통계 자료에 비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면서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CPS의 이같은 통계는 장기화된 경제난 속에 거리로 나앉는 가족 수가 늘어남에 따라 청소년 노숙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특히 전국 평균보다 높은 실업률과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리노이 주정부가 사회보장 예산과 프로그램들을 대폭 삭감한 것이 시카고 지역 노숙자 수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CCH 닉스-호데스 사무관은 "사회보장에 대한 필요가 극적으로 늘어난 때 사회적 지원은 외려 줄어들었다"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걱정"라고 말했다.
시카고 가족지원서비스국(CDFSS)의 올해 예산은 지난 해보다 15% 줄어들었다. CDFSS 예산의 96%를 차지하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보조금 예산이 삭감된 때문이다. 지난 해 CDFSS는 연방 긴급자금으로 4천만달러(약 450억원)를 지급받았으나 올해는 그나마 종료됐다.
CDFSS 부국장 존 파이퍼는 "청소년 노숙자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경기불황의 귀결을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노숙자 학생 가운데 일부는 밤마다 청소년 지원기관 '나이트 미니스트리(Night Ministry)'가 운영하는 승합차 주차구역으로 모여들어 샌드위치와 바나나 그리고 청량음료로 저녁을 먹는다. '나이트 미니스트리' 매니저 테드 페소는 "다음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시는 2003년부터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시작부터 청소년 노숙자 문제는 간과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CH 줄리 드워킨 사무관은 "대부분의 지원이 만성 노숙자나 장애를 가진 노숙자들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나 갑작스레 집을 잃은 가족들에게는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시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노숙자 쉼터나 지원시설을 이용하는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17세 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