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애틀랜타의 `반(反) 월가' 시위대의 자존심이 보수적인 남부의 `텃세' 앞에서 여지 없이 무너졌다. 지난달 25일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당한 시위대는 올림픽공원과 마틴 루터 킹 센터 주변을 기웃거리다 결국 노숙자 시설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있다고 2일 지역 언론이 보도했다.

격려 편지와 성금 등 온정이 답지하는 뉴욕시 등 북부 지역 시위대와 달리 후원의 손길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위대는 토요일인 오는 5일 다운타운에 있는 우드러프 공원을 `재점령'할 계획이라고 공언했지만 주변의 반응이 싸늘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팀 프랜즌 시위대 대변인은 지역 신문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과의 인터뷰에서 "40명의 자원 변호인단이 법원 명령으로 경찰의 추가 불법 체포를 막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수십명의 시위대는 토요일인 지난 29일 밤 애틀랜타의 한 노숙자 보호소에 입소, 이 건물 4층에 진을 쳤다. 시위대 측은 "보호소 4층은 최근까지 사용되지 않았던 곳"이라며 청소를 하고 벽화를 그려 아늑한 생활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라 애미스 여성 대변인은 "약간 거친 곳이긴 하지만 우리의 주된 목표는 취침장소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보조금과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노숙자 보호소는 하루 평균 575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건강 진료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가 이곳에 계속 머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보호소는 미납된 수도요금만 14만7천달러가 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달 수도요금도 연체됨에 따라 애틀랜타 시당국이 지원을 끊어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보다 "소득 상위 1%에 저항한다면서 하위 1%에 피해를 주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시위대에 더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시위대를 둘러싼 각종 음해성 루머도 재점령 계획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한 지역 언론은 시위대가 우드러프 공원을 탈환하기 위해 흑인 무슬림 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NOI)'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NOI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내 흑인 단체이지만 남부에서는 반(反) 백인, 반(反) 유대주의에 심취한 인종주의 조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매우 강하다.

논란이 커지자 시위대 측은 "NOI를 시위에 초청한 바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는 등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