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있어서 교회 안의 목회와 교회 밖의 목회, 이 두가지의 비중에 대한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성도들로 하여금 예배케 하는 제사장의 사명과 사회로 하여금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는 선지자의 사명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두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이 둘 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점이다.


미주평안교회 송정명 목사는 남가주 교계가 인정하는 일꾼이다. 십수년 전 LA 마라톤 요일 변경 운동 당시부터 최근 SB48 법안 반대 운동까지 그의 사역들은 남가주 교계를 하나로 결집시켜 한인들의 목소리를 주류사회로 전달해 왔다. 그러나 그는 대사회적 참여 뿐 아니라 영혼 구원이라는 교회 본연의 사명에도 충실함을 기해 온 목회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부임 당시 30명 규모였던 미주평안교회가 그가 목회하는 22년동안 5백명 규모로 성장한 것이 좋은 예다.


남가주에서 목회하는 동안 교협회장 혹은 목사회장 직책을 맡아 달라는 교계의 수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런 자리는 일하실 수 있는 분들이 맡아야 한다. 저는 뒤에서 돕는 일을 하겠다”며 고사했던 그다. 그리고 남가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교회와 한국의 한 대형교회로부터 청빙을 받고도 “내 사명은 이곳이다”라며 작은 이민교회를 고집했던 그다.


미주평안교회에서 송정명 목사를 만나 그의 목회와 사회 참여에 관해 인터뷰했다. 현재 그는 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을 맡아 전미주 교협을 하나로 연합시키는 일을 하고 있으며 LA성시화운동 대표회장도 맡고 있다. 앞에 나서는 자리라면 한사코 마다했던 그가 굵직한 단체의 대표로서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 본다.


-목사님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두가지 사역을 균형감 있게 감당하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에 대한 특별한 소신이 있으십니까?


저는 보수적 신학교인 성결교단 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성결신앙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의 구원을 특별히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교회 본연의 구령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성결교단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렇게 교육받았고 또 목회라면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민교회에서 목회하면서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민자들의 삶의 현장에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모른 척하고 영혼 구원만 외치는 목회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도 영혼 구원에 큰 관심을 갖고 계셨지만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도 큰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이런 것을 깨달은 후 저는 안과 밖의 문제를 모두 챙기는 균형있는 목회라는 것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민목회 35년의 경험이 제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성경적 일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일 마라톤 대회나 동성애 공립교육 등에 대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기독교 가치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성시화 운동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지만 마치 교회 밖의 대외적 일로 보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운동을 하는 목사님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분이 시무하는 교회에서는 그런 것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미주평안교회는 어떠한가요?


목사로서 지켜야 할 기본 도리만 지킨다면 성도들이 “우리 목사님은 밖으로만 다닌다”고 불평하지 않는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교회 새벽기도를 꼬박꼬박 드리고 심방이나 상담 등 한 교회를 맡고 있는 목회자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도 반납하고 교회에 나와야 하지만 성도들이 저를 찾을 때 반드시 그 자리에 있는 목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본분을 놓치고 대외적 일만 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목사님은 그동안 한인교회의 결집 뿐 아니라 한인과 타인종 커뮤니티의 연합을 주도해 오셨습니다. 타민족과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눈 뜨신 계기가 있습니까?


마라톤 요일 변경 운동을 하다 보니 우리 한인들이 주류사회에서 볼 때는 그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소수자 중에 소수자이죠. 정치인들을 만나면 그들은 겉으로는 한인 사회를 존중한다고 하고 목사들을 존경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 사회 속에 있는 한인들의 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우리와 공감할 수 있는 타인종들과 연합하지 않고는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백인 목사와 흑인 목사, 라티노 목사를 식사에 초대해 끊임없이 대화하며 공감대를 만들어 갔습니다. 한인타운 안에는 그리스정교회가 한 곳 있습니다. 이곳은 교회 안에 정치 특보란 자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정치적 파워가 막강합니다. 한인교계에서 시의원들을 면담하고자 하면 속된 말로 콧방귀도 안 뀌던 사람들이 이 교회에서 만나자고 하니 3-4명이 한번에 면담할 정도로 파워가 있습니다. 표 때문입니다. 마라톤 요일 변경 운동을 하면서 저는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동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천주교 신부들도 동참하게 됐고 유대인 랍비들도 나섰습니다. 무슬림들도 하나 됐습니다. 종교와 인종이 다른 우리들이 공감대를 갖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자인 한인에 대한 주류사회의 시선은 싸늘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SB48반대운동을 하면서 주류사회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국교회보다 앞장서서 한인들이 이 운동을 주도하며 서명을 받는 것을 보고 그들도 “한인들과 손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증거합니다. 이번에 55만표에서 7천표가 미달되며 비록 실패했지만 한인들의 실력을 주류사회에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류사회가 한인들을 주목한다고 하지만 한인교회끼리는 연합이 잘 안된다는 뼈아픈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마라톤 반대 운동의 경우는 좀 힘이 들었습니다. 마라톤 시즌이 될 때만 교회들이 반짝 관심을 갖고 그 후에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잊어 버리며 지속적인 운동으로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SB48반대운동도 한인교회의 참여가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그 운동에 동참하면서 제가 한인교회들에 개별적으로 전화를 돌리며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이 운동을 모르는 분도 계셨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가 이룩한 성과는 한인교회가 연합할 때 놀라운 일을 해 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시켜 주었습니다.


- 왜 소수민족인 우리가 미국사회의 일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물음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우리는 미국 속의 한인이라는 특수 상황에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자란 커뮤니티입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때 5만4천명 미군의 피를 한국 땅에 뿌렸습니다. 우리에겐 은인의 나라입니다. 예수를 안 믿는 이들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감사를 합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이 이런 고마움을 잊어선 안되겠지요. 도움을 받아 놓고 모른 척하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국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면 우리가 이제 미국에 되갚아야 합니다.


-어떻게 갚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작게는 교회부터 오픈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주중에 타인종들이 교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습니다. 당장에는 전기세도 많이 나오고 청소도 해야 하고 번거로움이 있지만 산술적 계산으로 목회하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내 교회, 네 교회를 따지면서 자신만 생각하는 목회도 안됩니다.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크게는 영적으로 어두워진 미국을 깨우는 일입니다. 과거의 선교는 물질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로 선교사를 파송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현 시대는 영적으로 부강한 이들이 영적으로 잠든 이들에게 선교사를 보내야 하는 때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 한민족을 영적으로 침체된 미국 땅에 보내서 그들을 깨우게 하시는 선교사로 삼았다고 믿습니다. 영적으로 쇠잔해 가는 이 땅을 깨울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저는 미기총 회장에 취임하며 대각성 기도운동을 전 미주에 확산시키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베델한인교회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담임인 손인식 목사님께서 전미주 교협 회장을 초대해 비전을 함께 나눔을 통해 전미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우리는 베델한인교회가 위치한 얼바인 지역의 이름을 따 얼바인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주 대각성 운동을 향한 우리의 뜻을 알릴 계획입니다. 미기총은 11.120.11 기도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1일 성경 1장 읽기, 1일 20분 기도하기, 1일 1가지 선행하기가 이 기도운동이 가리키는 바입니다. 이런 운동을 통해 크리스천인 우리가 미국사회의 기독교 가치를 수호해 가자는 것입니다.


또 오는 2011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는 로즈볼에서 기도회가 열립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교회 목사들이 이 일을 해 왔는데 이번에는 한인들도 동참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백인교회들, 흑인교회들, 라티노교회들, 구라파 이민자 교회들이 모두 참여하는 이 기도회에서 주최측은 아시안 교회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가장 신앙이 뜨거운 한인교계에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10만명이 모이는 이 기도회에서 우리 한인이 1만명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의 기도회 시간 중 오후 6시 15분부터 2시간을 한인들이 배정받아 2-30명의 한인 목회자들이 기도회를 인도하게 됩니다. 미국의 회개와 부흥을 도모하는 이런 일에 교회가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민목회가 사회 참여에 대한 목사님의 시각을 변화시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이유는 교회가 교회 안에만 갇힌 목회를 하기 때문일까요?


사회 참여의 기본 조건은 섬김입니다. 저는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교회 목사들의 군림적 목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목사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인데 평신도들이 언제든지 쉽게 만날 수조차 없는 큰 권위주의가 목사들 안에 있습니다. 양과 목자의 사이에 이런 벽이 있으면 어떻게 성도들의 지친 영혼이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성도들은 목사에게 상처를 호소하고 위로받기 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교회의 문턱이 너무나 높아져 버렸습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먼저는 겸손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에서는 한국교회의 물질적 풍요로움에 더한 숫적 증가가 목사로 하여금 권위의식을 갖게 한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미기총의 활동이 최근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민목회를 하며 여러 단체에서 대표직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저는 그것을 고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몇몇 지역의 교협회장들께서 제게 요청을 해 오신 데 대해 제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맡게 됐습니다. 이 일을 맡고 보니 참 할 일이 많고 광범위 했습니다. 일단은 우리의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에 모든 이들이 공감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일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지난 회장이신 장석진 목사님께서 미기총이 전미주 교협을 위해 섬길 수 있는 단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장이 된 후, 미기총이 대각성 기도회 확산 운동을 하면서 전 미주를 아우르는 단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25개 교협회장이 참여하면서 미주 교협들이 하나로 연합되게 됐습니다. 미기총은 지금까지 총 36개 한인교회 교협이 미주에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계속 연합의 물꼬를 트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돕고 섬기면서 한인교회의 역할을 찾아 가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연합의 물결에 힘입어 동부, 남부, 북부 지역의 교협 회장들을 만나면서 미기총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미기총이 명실공히 4천2백 한인 이민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 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경우도 우리 미기총과 적극 협력하기로 확약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과 이민교회도 하나로 연합해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민교회의 선교적 중요성에 관해 다시 한번 강조해 주신다면.


하나님께서 1백년 전 한인들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겨 놓으셨습니다. 이민자 102명 가운데 50명이 크리스천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고된 노동으로 얻은 수입으로 교회를 짓는 일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인사회는 어떻습니다. 교회의 리더십이 땅에 추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영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인교회들도 초기 이민자들이 가졌던 그 뜨거운 신앙의 열정을 잊어 버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실 때는 그저 우리가 세끼를 맛있게 먹고 배불리 살라고 보내신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말하는 어메리칸 드림만을 위해서 살라고 보내신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가졌던 뜨거운 신앙의 열정으로 미국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연합해야 합니다. 연합해서 한인사회를 변화시키고 미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선교사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 일에 여러 교회와 목회자들의 동참과 기도, 노력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