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AFP=연합뉴스) 세계 인구 70억명 시대를 맞아 각국이 '70억명째 아기' 의 탄생을 축하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식량부족과 환경파괴 등 인구 증가에 따른 각종 사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2.5kg의 여자아기인 다니카 마이 카마초가 출생한 직후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필리핀인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유엔이 31일 70억명째 인류의 탄생을 예상한 가운데 다니카는 30일 오후 11시58분 세상의 빛을 봤고, 필리핀 정부는 다니카를 세계 인구 70억명 기록의 주인공으로 선포했다.


유엔은 다니카의 부모에게 케이크를 전달하며 아기의 탄생을 축하했고, 필리핀 각지에서도 아기의 장학금과 생활지원대책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이 줄을 이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도 31일 0시1분 수도 다카에서 태어난 오이쉬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기'로 선포했다.


베트남과 잠비아는 세계 인구 70억명 돌파를 축하할 콘서트를 계획 중이고, 러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등은 산모와 아기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캄보디아, 인도, 라오스, 몰디브 등의 다른 나라들도 자국이 상징적으로 '70억번째 아기'로 선포할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70억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근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른 환경파괴나 삶의 질 저하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가난과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도 적지 않다는 점이 바로 '70억 인구'라는 이정표를 마냥 기쁘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불과 12년 전인 지난 1999년 '60억명째 아기'로 지구촌 유명인사가 됐던 보스니아 태생의 남자아이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실상도 이런 우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대국'인 인도의 굴람 나비 아자드 보건장관은 70억번째 아기의 탄생이 "기쁨이 아니라 큰 걱정"이라며 전 세계가 기뻐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인구가 안정됐을 때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70억명째 아기는 "모순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라며 "식량이 풍부하다지만 여전히 10억명은 매일 밤 굶주린 채 잠들고, 많은 이들이 호화로운 삶을 즐기지만 다른 많은 사람은 가난하게 지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