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영광장로교회 정인량 목사.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창업주이며 세계 최대 부호인 빌 게이츠가 6년 전에 은퇴하였을 때 월스트리트 저널은 조금 더 지켜 보아야 한다면서 그의 은퇴를 냉소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1975년 스무 살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30년 만에 이 회사를 연간 매출액 420억 달러, 전 세계 102개 국가에 6만3천여 명의 직원을 둔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웠다. 그가 은퇴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었을 것이며 WSJ가 그런 논평을 내릴만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 그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명실상부한 은퇴자로서 새로운 제 2의 인생을 줄기차게 걷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게이츠는 MS경영 일선에 물러난후 2000년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서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였다.

게이츠 재단은 많은 부자들이 탈세의 도구로 이용하는 가짜 자선 재단과 달리 전 세계의 보건과 교육 향상에 기금을 대고 있다. 그가 1994년부터 자선사업에 쓴 돈은 105억 달러, 10조원에 이른다 하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워렌 버핏이 “살아있는 의학 백과 사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보건의학 지식이 상당한 그가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운동에 전력을 쏟고 있는 일은 세계가 아는 일이다. 일반적 기업가들과는 달리, 그는 “부자들은 사회에 특별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워렌 버핏과 함께 미국 부시 행정부가 상속세 폐지를 계획하였을 때 오히려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아름다운 은퇴는 그의 친구이며 동업자인 발머로 하여금 MS를 더욱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갔던 것이다. 일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잡스가 한동안 애플을 떠났다 경영일선으로 되 돌아왔던 것과 비교되는 일이다.

일설에는 그의 아내 멀린다가 상당한 내주장으로 게이츠를 설득해서 명퇴의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하니 그는 잠언 30장의 아내를 얻은 축복을 받은 것이다.

다만 그가 불가지론자로 하나님의 은혜를 모르고 인간적 선행으로 자선사업에 올인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하튼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결국 자의든 타의든 강퇴(强退)당함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교계도 마찬가지이다. 은퇴를 명예롭게 하는 일 문자 그대로 명퇴(名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분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목양일념이란 그럴듯한 기치를 걸지만 실은 개인적 욕심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교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들을 다반사로 보는 바이다.

은퇴 번복하기를 물마시듯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는 것은 신실한 하나님의 종이 할 일이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나 목양 30년이면 하나님께서도 충성스런 종이라 하실 것이다. 목양일선에서 은퇴를 한다 하여도 하나님의 종으로서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소명은 계속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