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4년 전 진범을 가리지 못한 채 미제로 남은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최근 미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은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홍익대에 다니던 대학생 조중필(당시 23세)씨가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그날 햄버거 가게에 있던 재미동포 에드워드 리와 미군속의 아들인 혼혈 미국인 아더 패터슨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둘 다 당시 18세였다.
검찰은 이들 중 리를 살인 혐의로, 패터슨을 흉기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그해 10월 1심 재판부는 리에게 무기징역을, 패터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듬해 1월 2심 재판부는 리에게 징역 20년을, 패터슨에게 장기 1년6개월, 단기 1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1998년 4월 대법원은 리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으며, 1999년 9월 재상고심에서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패터슨이 진범으로 지목되고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으나, 2심 선고 뒤 복역하다 1998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패터슨은 이미 1999년 8월 당국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떠난 뒤였다. 법원은 숨진 조씨의 유족들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며 국가가 3천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법무부는 2009년 패터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패터슨은 최근 미국에서 체포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송환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강제 송환 재판이 얼마나 오랜 기간 진행될지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언제쯤 밝혀질지도 현재로선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