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급하다는 이야기였다. 수준급 음악인들로 준비된 음악회를 모 교회에서 하기로 오래 전부터 약속 받고 추진해 왔는데 바로 일주일 앞두고 장소를 사용할 수 없다고 통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왜냐고 하니 탈북자들을 위한, 그리고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위한 음악회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 문제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에 들리는 소리는 이래도 되는지? 이렇게 있어도 되는지? 하는 것이었다. 필그림교회로 장소를 다시 정하면서 ‘교회와 정치?’ 그러면 이것이 과연 정치일까? 그들이 동족인 것은 사실인데 그들의 고통은 우리가 미국에 산다고 해서 무관심해도 된다는 것인지? 정치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막고 거절해야 하는지? 미국에 산다고 해서 나에게서 조국의 뿌리를 뽑아 낼 수 있을까? 북한의 상당한 인구가 굶어 죽었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가 확인하고 공인한 사실이요,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북한 사람들이 강제 수용소에서 기약 없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 이것 또한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사실이며 먹고 살 수가 없어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땅을 헤메고 있는 탈북자들, 그들을 붙잡아다가 북한으로, 죽음의 땅으로 다시 되돌려보내는 중국 당국의 야만적 행위, 이것은 결코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 전세계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특히 이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수잔 솔티 여사는 신실한 크리스천으로서 미국 국회가,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탈북한 동포를 위해서,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씨름하고 투쟁하는 한국 민족에게는 정말로 고마운 분이다. 이번 9월 22일 일만 해도 정오 12시에는 12개국 19개 도시에서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해당 도시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일제히 열고 또한 워싱턴 지역에서는 저녁에 이를 위한 음악회를 연다는 것이 이번의 계획이다.

솔티 여사, 이 분이 정치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한 것은 왜 탈북한 동포들과 북한 동포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아니라고, 아니어야 한다고, 모른다고, 정치라고 돌아서야 하는지? 동족은 동족이고 사실은 사실이니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정상급 음악인들이 바이올린, 피아노로 찬송 음악을 연주하며 기도의 시간을 가지자는 음악회가 왜 그렇게 큰 문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구약의 느헤미야, 다니엘, 에스더가 외국에 있으면서도 동족을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고 해결을 위해 적극 동참했던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오늘의 성도인 우리도 그들처럼 믿음으로 안타깝게 동족을 위해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원래의 공산주의는 이상적인 것이다. 같이 더불어 유토피아를 이루자는 사상과 주장, 얼마나 좋은가? 처음에는 수많은 똑똑한 지성인들이 몰려들었고 모여들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었고 완전한 실패로 끝났으며 그 결과는 거지가 되었을 뿐인 것은 이제는 누구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것, 이것 또한 철저히 검증된 사실인데 이제는 공산주의를 넘어서 주체사상으로, 3대 세습으로 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의 하나! 그것은 인권의 보장과 신앙의 자유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백성을 위한, 백성에 의한, 백성의 나라! 이것은 철저한 기독교 정치인인 아브라함 링컨에 의한 선포였고 그것이 민주주의 기틀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영향력 있는 한국 기독교의 몇 지도자들이 기독교 정당을 만든다는 이야기, 이것이야말로 정치일 수 있다. 삼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탈북한 동포들의 참상, 강제수용소에서 고통 받는 동족들, 굶어죽고 얼어 죽고 매 맞아 죽고 약이 없어 병들어 죽는 이들! 이들을 위해 부르짖어 기도하고 돕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원하는 것, 이것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북한 동포를 위한 인권법! 이것은 미국, 일본,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이미 제정했건만 왜 한국 국회는 할 수 없는 지, 안해야 하는지, 못하게 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의문이다.

‘이래도 되는지?’ ‘이렇게 있어도 되는지?’ 여리고의 강도 만난 자를 돌본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또한 네 친족부터 돌아보라는 주의 말씀에 따라서, 기도의 능력과 응답을 확신하는 우리 성도들이 오늘, 지금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손형식 목사
필그림교회 담임
KCC 대표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