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대인들의 표심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은 유대인들의 이런 변심을 내년 대선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고 민주당은 유대인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부심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변심 조짐이 드러난 것은 성추문으로 사퇴한 앤서니 위너(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의 후임을 뽑기 위한 뉴욕주 연방 하원의원 특별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기업가 출신의 공화당 밥 터너 후보가 민주당의 데이브 웨프린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했다. 이번 선거가 치러진 선거구는 1923년 이후 공화당 후보가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민주당의 아성이었고 유권자의 40%가 유대인이어서 정통 유대인이자 뉴욕의 정치 명문가 출신의 민주당 후보가 패한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충격이었다.


민주당은 1980년 이후 대선에서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대인 표심의 이반 현상이 내년 대선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전했다. 민주당의 엘리엇 엥겔 하원의원(뉴욕)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발표하는 이스라엘 관련 성명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얘기를 지역구민들에게서 듣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유대인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지지도가 10∼20포인트 떨어진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유대인들로부터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해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엥겔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함께 비난하고 있지만, 유대인 유권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의 이런 정책 경향은 유대인 유권자들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게 한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이런 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최근 뉴욕시 주변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웃으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과 악수하는 모습이 실린 게시판이 걸려 있다. 대통령은 친이스라엘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유대인위원회의 데이비드 해리스 국장은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친구가 아니다라는 등의 이메일을 받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은 유대인의 표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유대인 단체와 후원자 등을 골라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오바마가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유대인 유권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칭찬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국방 협력을 강화했다는 연설을 했다고 알렸다.


이스라엘 정책과 관련한 유대인의 표심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당과 달리 일자리와 사회보장 등 더 중요한 대선 이슈들이 많아 이스라엘 문제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