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새로운 국가 정책 기초로 삼았습니다. 사람들은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주변에서 공정한 모습보다는 공정하지 않은 모습들이 더 넘치는 것을 보면서 더 크게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국가적으로 경제는 좋아진다는데 빈부의 격차만 더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빈부의 격차 속에서 불공정과 부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 구석에서 시작된 고위 공무원들의 부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넓게 더 심각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객들의 돈을 맡아서 관리하는 은행은 신뢰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고객들의 돈을 완벽한 신용과 신뢰성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던 인사들이 다양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은행에 맡긴 돈을 날려 버렸습니다. 은행의 신뢰성을 보장해 줘야 할 공적인 기관마저도 그 신뢰를 배신했습니다.

감독기관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불법, 탈법, 부정의, 불공정한 행위들을 거침없이 저질렀습니다. 은행의 감독기관을 감독해야 할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기관인 감사원 조차도 최고위 직에 있던 사람들이 뇌물을 받고 청탁을 받고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저축은행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자 수 많은 정치인들이 연루되었다는 의혹 속에서 국회의원들은 수사를 담당한 검찰 부서를 없애는 법을 만들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대기업만 잘 살고 중소기업은 망하고 있다는 거센 항의 속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 대기업의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깨끗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고 있던 삼성에서 사장급부터 다양한 임원직에 이르기까지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자체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하청업체로부터 골프 접대, 야비한 방법으로 선물 받기, 노골적으로 기업 카드 사용을 통해서 뇌물받기 등 수 많은 사례들이 지적되었습니다.

한편 수년 사이에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다니던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에 정치인들이 가세해서 반 값 등록금이라는 희한한 주장이 떠 올랐습니다. 결국에 가서는 문 닫고 퇴출되어야 할 수준 이하의 대학들이 반 값 등록금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을 뻔히 보면서도 반 값 등록금은 불공정한 사회의 대표적인 토론 의제가 되었습니다.

급기야 감사원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을 투입해서 대학들을 감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의 발표에 맞춰 대학 사회의 불공정한 모습이 속속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장학금의 대부분은 부유한 부모 만나 일 안하고 공부해서 더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 쏠리고 학비 마련을 위해서 밤에 잠도 못자고 아르바이트하고 일하는 바람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배정되지 않습니다.

사립대학들이 규정에 따라 재학생의 10% 이상의 수업료를 면제하고 그 중에서 30%는 저속득층 학생들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아닌데 수업료를 면제받은 학생들이 받은 금액은 총 1920억을 넘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국가 근로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선정할 때 추천, 면접 등을 통해서 친분관계가 있는 집안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일이 흔했습니다.

농어업인 자녀가 아닌데도 농어업인 자녀를 위한 장학금을 받은 경우가 300여명이이고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교직원 중고생 자녀들 300명이 특별 장학생으로 선발돼 장학금을 수령하는 일도 드러났습니다. 세력있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끼리 끼리 해먹는 일이 대학 사회에서도 넓게 퍼져있는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건강한 사회와 부패한 사회의 기준을 설명하면서 종종 학창시절에 배운 이상과 가르침이 그대로 적용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학생시절에 배운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가 부패한 사회라고 가르치곤 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이 이상과 원칙을 배워야 하는 대학조차 불공한 사회보다 오히려 더 혼탁해 지는 것 같습니다.

자유가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사회의 모든 곳이 다 밝고 공정하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어두운 곳은 반드시 있고 더럽고 부패한 곳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공동체이건 항상 밝은 곳이 있어야 합니다. 절대 부패하지 않는 곳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공직 사회, 대학사회 등이 바로 그런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어두운 곳과 부패한 곳이 넘쳐 나는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 세상에는 밝고 깨끗하고 정결한 곳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