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가족과 같이 봤던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지난 주에 먹었던 샐러드, 어떻게 만들었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인터넷에 몇 단어만 치면 답이 척척 나오는 시대다. 그러나 편리한 것이 좋기만 할까?
어딘가에 저장해 놓은 정보에 의지하게 되면 점점 기억력이 감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저널은 이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점점 컴퓨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보 내용 자체를 알기 보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려고 하는 시스템 속에 살아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기계가 나 대신 모든 정보를 기억할꺼라고 겁부터 먹지 말고, 잘 생각해 보자. 사실 사람은 컴퓨터 앞에서 조차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항상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친분이 있는 둘 혹은 셋이 모이면, '교류 메모리 시스템이'라는 구조가 형성된다. 즉, 다른 사람이 잘 알고 있는 특정 분야의 지식을 내가 '외부 메모리'로 사용한다.
콜롬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베찌 스패로는 "인터넷을 잘 보면, 사람들이 그 정보를 온라인에 입력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외부 메모리가 더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스패로우의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타조의 눈이 머리보다 크다"는 상세한 정의를 읽고 타자를 쳤다. 그 후 컴퓨터 폴더에 "Facts" 와 같이 일반적인 이름으로 저장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이 학습했던 정의의 내용과 컴퓨터의 폴더 이름을 각각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쓰게 했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상세 내용보다는 그 내용이 저장된 파일의 이름을 더 잘 기억해냈다. 즉 사람들은 "무엇" 보다 "어디"를 더 잘 기억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질문에 대한 답이나 필요한 자료를 얻을 때 구글이나 위키피디아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져서, 상세한 정보들 자체보다 그 정보가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또 다른 실험 결과다. 사람들이 언제나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정보는 잘 기억하고, 언제나 존재할 것 같은 정보는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참가자들에게 외우라고 계속 말하면, 언제나 접근이 가능한 정보도 기억해 낼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그러나 스패로우는 인터넷과 같은 외부메모리 시스템에 의존한다고 해서 두뇌가 위축될 것이라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생활에 유용한 정보는 기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다른 이들에게 정보원이 되어 줄 수 있는 것들은 온라인에서든 어디서든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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