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시작된 우리 교회 건축 시공이 3개월여 동안의 토목공사 과정을 지난 4월말로 모두 마쳤습니다. 토목공사는 건물을 짓기 위하여 필요한 공사이지 건물 자체 공사가 아니라서 건물을 다 짓고나서는 물론이고, 건물을 짓기 시작만 해도 토목 공사를 했는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표시가 나지 않아 전체 공사에서 토목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가 쉽지 않은 그야말로 숨겨진 공사입니다.

허지만 건축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나 경험, 또는 식견이 있거나 아니면 직접 토목공사 현장을 본 적이 있는 이들은 그 공사가 전체 공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금새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토목공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땅위에 세워지는 건물의 안전은 물론이고, 세워질 건물이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 등, 우리가 짓고 사용할 건물 자체와 그 건물로 인해 빚어지는 새로운 토지 환경의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모든 예상들을 대비하는 공사가 바로 토목공사입니다.

비가 왔을 때 건물과 그 주변에 고인 물들을 원활하게 인근에 있는 하천까지 흐를 수 있게 하며, 그 물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며, 혹여 있을지 모를 오염 물질과의 접촉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건물 그 자체만이 아니라 건물이 세워지는 지역의 환경을 보호해 주고, 건물을 사용할 이들만이 아니라, 가깝게는 건물 주변의 이웃들로부터 시작해서 멀게는 이 지구상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할 수 있는 가능한 보호와 배려를 쏟는 작업이 바로 토목공사입니다.

이렇게 토목공사가 건축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감당하는 공사이기에 그 공사의 공정도 전체 공사 기간 중에서 꽤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에도 시공회사에서 예상하는 전체 공사 기간이 11개월인데 그중에서 지난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을 토목공사에 사용되었는데, 비율적으로 보면 토목공사가 전체 공사에서 차지하는 기간적 비율이 대략 25-30%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율은 비단 공사 기간만이 아니라, 공사비 에서도 비슷한 비율을 차지합니다. 이번 우리 공사에서도 아주 정확한 계산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전체 공사비의 25-30% 정도가 토목공사에 필요한 비용입니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의 필요에 의해 짓는 건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인근 환경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사는 땅에 대한 배려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감당해야 할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사실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더구나 우리가 건물을 사용하는데 직접적인 연관도 없어 보이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감당해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책임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더불어 살라고 지음 받은 피조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주변 환경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책임은 비단 토목공사만이 아니라, 건물을 새로 짓고 그 건물을 사용해 가면서도 꼭 기억하고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해전, 인근에 있는 공원에 갔다가 화장실에 들렀었는데, 그 화장실의 세면대에 있는 수도꼭지 위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Bay Start Here”, 이 말을 직역하자면, “베이(Bay)는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번역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금 풀어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그 글귀는 아주 짧지만 그 글귀에는 매우 소중한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풀어서 번역을 하자면 이런 내용입니다.

“인근에 있는 Chesapeake Bay가 얼마나 깨끗할 수 있느냐는 지금 당신이 이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이 물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그러니 이 물을 지금 당장 당신의 필요만 생각하고 사용하지 말고 이 물이 흘러들어 갈 바다까지 생각하고 그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입니다.

토목공사를 마치면서 환경과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은 비단 건물을 짓는데 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들이 나의 필요성 때문에 하지만 그 일을 하기 전에 내가 그 일을 하므로 인해 내 주변과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생각하며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내가 필요해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하는 그 말을 듣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별다른 장애나 문제없이 토목공사를 예정대로 잘 마치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토목공사를 통해 삶의 귀한 가르침을 선물로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