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캐나다 밴쿠버에 소재한 주님의 제자교회에 집회를 인도하러 다녀왔습니다. 감각이 좀 무뎌서인지 저는 비행기를 타면 잠을 잘 자는 편입니다. 때론 비행기에서 자기 위해서 일부러 비행기를 타기 전날 밤에 잠을 덜자면서 일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대개 잠을 잘 잡니다. 전에는 비행기에서 자다가도 식사 시간에는 깨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긴장하며 잤지만 요즘 국내선 비행기는 식사는 커녕 스낵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긴장감을 갖지 않고 더욱 편안하게 잘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비행기에서 잠자게 된 것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을 잘 활용해서 뭘 좀 해보려고 했지만 그게 별로 큰 시효를 얻지 못했고, 특히 말씀을 묵상하는 것도 몇 차례 시도해봤지만 언제나 헛수고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비행기를 타고서는 차라리 편하게 자는 게 낫다는 나름의 경험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이른 새벽에 비행기를 타서 잠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중간 기착지인 미네아폴리스에 도착할 때 까지 아주 곤하게 잤고, 미네아폴리스에서 밴쿠버행 비행기로 갈아타고는 다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마음속에 이번 집회에서 나눌 말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켜고 말씀을 다시 보기 시작하며, 말씀에 집중했는데 비행기가 밴쿠버에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으니 모든 전기/전자제품의 전원을 끄라는 기내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그러니까 3시간반 동안 계속 말씀에 집중하며 새로운 깨달음가운데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컴퓨터를 끄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한 감동으로 약간의 흥분과 함께 깨달았다는데 대한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밴쿠버에 도착해서 담임목사님과 부목사님들의 환영을 받고 어떤 권사님께서 아주 경치가 빼어난 해변가 음식점에서 접대해 주시는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겁게 갖은 다음 숙소에 들어와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컴퓨터를 찾는데 컴퓨터가 가방 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행기 안에서 작업하고는 컴퓨터를 그냥 비행기 좌석 밑에 두고 내린 기억이 났습니다. 말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주는 흥분과 그 말씀을 함께 나눌 집회에 대한 기대에 집중하다가 그만 컴퓨터를 가방에 다시 넣는 것을 잊어버리고 내린 것이었습니다.

제가 당황한 것은 컴퓨터도 컴퓨터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설교들, 더구나 이제 조금 있으면 시작할 이번 집회에서 나눌 말씀들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하다가 공항과 항공사에 연락하는 것이 우선이라 싶어 부목사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찾아 볼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공항으로 향한다는 부목사님의 말이 조금 위로가 되었지만 그래도 만약 찾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서 마음을 추스르고 말씀의 깨달음을 기억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억하려고 하면 할수록 도무지 무슨 깨달음을 얻었는지 아무 것도 떠오르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렇게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온 깨달음이었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더 급해지는 마음에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님, 비행기 타고 오면서 깨닫게 하신 것을 기억나게 해 주셔야죠!. 그게 기억이 나야 집회에서 나눌 수가 있잖아요! 이거 주님이 준비하신 집회 아닙니까! ”

급한 마음 때문에 거의 항의조(?)로 기도하는 제 마음에 이런 음성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야, 너 다른 사람들에게 설교는 자기가 준비한 걸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 자기가 준비한 것이 완전한 거라면 그걸 외워야 하지만 말씀을 선포하는 순간까지도 말씀 앞에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뭘 기억이 안 난다고 야단이냐?”

“…. 그래도 준비한 건 가지고 강단에 올라 가 잖아요”

“너 그거 안 보잖아…. 그리고 너…. 말씀을 전할 때 내가 주는 대로 증거하는 거라고 말했잖아”

“….”

“더구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은 네 스스로의 생각이 아니라 내가 주는 거라며… 그렇게 말하고는.. 왜 이러니?”

“….”

설교는 설교자가 준비해서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것을 다만 전할 뿐이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던 제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설교를 설교하는 내가 준비한 것처럼 생각하고, 그 생각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어리석은 나를 주님은 평소 설교에 대해 내가 했던 말, 그 고백을 가지고 되물으시므로 나를 다시 붙잡아 주셨습니다. 여러 사람의 수고로 잃어버렸던 컴퓨터를 다시 찾아 집회 시작 전에 제 손에 들어왔지만 컴퓨터를 다시 찾은 기쁨보다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컸고, 그 보다도 그런 나를 다시 잡아주신 주님께 대한 고마운 마음이 내 안에 가득했습니다.